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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로고프, “4년 안에 달러 기축통화 위기 온다” [★★글로벌]

로고프 하버드大 교수 경고 달러 위기 발생시점 앞당겨 “금리 더 오르고 부채통제 불가” “달러·유로·위안 3극체제 재편” “스티븐 미란 전망, 5%만 맞아”

  • 이재철
  • 기사입력:2025.06.09 11:31:18
  • 최종수정:2025-06-09 17: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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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하버드大 교수 경고
달러 위기 발생시점 앞당겨

“금리 더 오르고 부채통제 불가”
“달러·유로·위안 3극체제 재편”
“스티븐 미란 전망, 5%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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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향후 4년 내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중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단독뉴스’ 형식으로 게재한 ‘오픈 다이얼로그’ 인터뷰에서 SCMP와 대담자로 나선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정책 충격으로 미국 달러 위기가 최근 자신의 예측(향후 5~7년 내)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로고프 교수는 지난달 ‘우리의 달러, 당신들의 문제’(Our Dollar, Your Problem)라는 제목의 신간에서 달러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제도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이른바 ‘닉슨 쇼크’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달러 지배력은 이미 2015년에 정점을 찍었으며 향후 5~7년 이내에 본격적인 구조적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는 경고였죠.

그런데 이번 SCMP와 대담에서 구조적 전환이 일어날 위험성을 4년 이내로 좁히면서 그 이유로 트럼프 리스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러의 구조적 위기는 트럼프의 잘못도 바이든의 잘못도 아닌 미국민의 잘못이라고 통찰합니다.

또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것이며, 미국은 부채 관리에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보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로고프 교수의 발언을 SCMP와 문답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SCMP 질문·미국 기축통화 지위는 존속 가능할까)

-(로고프 교수 답변) 로마의 멸망은 외부의 적 못지않게 내부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는 몇 가지 심각한 약점이 있다.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은 부채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선진국 부채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선진국 전체 회사채 부채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특히 금리가 상승할 때 취약해진다. 미국은 항상 제로(0) 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라는 매우 낮은 금리에 도박을 걸었고, 이제 금리는 정상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금리가 상승하자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써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를 원하기 때문에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부채 수준에 시장은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또 금리는 계속 오를 것이다. 나는 미국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부채를 통제할 수 없다고 본다.

▷(미국 부채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나는 트럼프를 탓하지 않는다. 바이든을 탓하지 않는다. 나는 미국 국민을 탓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공짜로 얻는 데 익숙하다. 우리는 엄청난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가 우리에게 돈을 주는 데 익숙하다. 나는 내 책에서 향후 5~7년 내에 달러 위기 또는 인플레이션 위기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 대선 당일에 완성됐고 이후로 손도 못 댔다. 누가 이길지 몰랐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정부를 지켜봤으니 앞으로 4년 안에 달러 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내 책 제목은 ‘닉슨 쇼크’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인들은 모든 것을 트럼프 탓으로 돌리고 싶어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트럼프는 위기를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을 뿐 위기를 초래한 이는 아니다.

▷(지난 한 달의 트럼프 관세 전쟁이 달러 움직임에 무엇을 말해주는가)

-트럼프의 장점 중 하나는 실용주의자라는 점이다. 그는 이념주의자가 아니다. 관세 정책이 이상했던 것은 너무 명백하게 멍청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혼란을 일으키고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소식은 그가 후퇴했고 이 정책에서 물러나 있지만 관세는 여전히 부과되는 것이다. 중국에 관세율이 어느 정도로 부과될지 모르겠지만 10% 또는 20%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미국에서 상품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정말로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가 무능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트럼프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돈을 맡길 수 있는 곳,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곳으로써 미국 위상을 크게 훼손했다. 그는 관세에서 후퇴했지만 여전히 트럼프다. 4년 후에도 또 다른 무모한 행동의 대통령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국 달러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린다. 나는 향후 10년 동안 위안화가 더 큰 역할을 하고 유럽이 유로화의 입지를 넓히는 ‘3극 체제’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트럼프 정책에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의 영향력은)

-스티븐 미란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다. 그가 쓴 글은 정말 뛰어난 수사학이다. 특히 ‘마러라고 협정’이라고 부른 것이 영리해서 트럼프가 좋아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문제에 대한 미란의 진단은 5%만 맞고 95%는 틀렸다. 예컨대 미국의 탈산업화가 미국이 기축 통화로써 달러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달러는 강세, 때로는 약세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또 무역에 능숙하다는 건 비교 우위에 관한 문제다. 트럼프는 미국이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내가 중국, 인도, 브라질 또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 미란 보고서를 읽는다고 치면 가장 무서운 대목은 트럼프가 내게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원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2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보유하고 있다. 미란은 이걸 빼앗아 100년 동안 이자를 내지 않고 거래할 수 없는 부채를 주겠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는 국제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디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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