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동물과 대화 가능해질까 … 인공지능 통해 고래 언어 번역에 근접

  • 박성렬
  • 기사입력:2025.06.04 15:09:47
  • 최종수정:2025.06.04 15:09:47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AI를 활용한 고래 언어 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 Reuter]
AI를 활용한 고래 언어 번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 Reuter]

인공지능(AI)를 활용해 동물의 말을 번역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동물과 대화가 가능해지질도 모른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영국 매체 더 가디언에 따르면, 제러미 콜러 재단에서 동물의 말을 해독하는 연구자에게 1000만 달러(약 137억 47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제러미 콜러 재단은 2002년 설립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는 자선 사업 기관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래로, 과학계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동물 언어를 해독하는 연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돼왔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수백만 개의 녹음된 동물 발성을 분석해 숨겨진 문법을 찾아낸다.

현재 동물 언어 해독 프로젝트는 고래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고래는 인간과 같이 음성 모방을 통해 학습하며, 구조와 위계가 있는 복잡한 소리 배열을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 단위와 문법이 존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 사례로 향유고래가 있다. 향유고래는 1000분의 1초의 짧은 클릭음의 소리인 코다(CODA)를 주고 받으며 소통한다. 국제 프로젝트 세티(CETI)는 AI를 통해 코다를 분석하여 향유고래가 특정음으로 상대를 지칭한다는 사실을 확인해냈다.

연구팀은 빠르면 2026년 고래 언어를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 돌고래 언어를 번역하는 AI 프로그램 ‘돌핀젬마’를 출시했다. 40년간 축적된 돌고래 음성 데이터를 활용하여 어미 돌고래가 새끼를 부를 때 내는 휘파람 소리, 먹이 탐색 시 내는 딸깍 소리 등의 음향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동물들은 화학적, 열적, 기계적 신호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 분석만으로는 동물과 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독일 생태학자자 야콥 폰 웍스퀼은 동물 언어의 온전한 번역을 위해 ‘움벨트(Umwelten)’의 세계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움벨트는 개개의 동물이 각자마다 느끼는 감각세계를 의미한다. 개가 냄새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듯 다른 종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 음성 분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종과의 소통이 외계 생명체와의 소통과 유사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프로젝트 세티(CETI) 연구자들은 고래와의 대화 방법을 찾는 것이 외계 생명체와 대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