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법원이 상호관세 존폐를 심리하는 상황에서 상대국들은 협상 타결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불확실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협상을 타결했다가는 자국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여 남은 '협상 시한'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인도 전략적 파트너십 포럼에서 "미국과 인도 간 합의를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러트닉 장관은 "양국이 훌륭한 무역 상대가 되기 위해 합리적이고 적절한 수준으로 (관세를) 낮추는 것을 협상하고 있다"며 "(무역 협상가들이) 양국 모두에 진정으로 효과적인 지점을 찾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다음달 초 관세 유예기간 90일이 만료된다는 점을 언급한 뒤 협정을 빨리 체결할수록 더 유리한 조건을 받을 수 있다며 "7월 4~9일에 들어오는 나라는 (협상에서) 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물론 다른 국가에도 사실상의 '압박'을 가한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착 상태에 놓인 대(對)중국 협상 돌파구를 정상 간 통화로 풀어가겠다는 구상을 재차 내비쳤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주 전화통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제네바 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는 미국이 정상 간 통화로 국면을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나는 (미국과 중국) 두 정상이 이번주 대화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풀기자단이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철회를 명령한 연방국제통상법원(USCIT)의 판결 효력을 두고 심리를 진행 중인 항소법원을 재차 압박했다. 다른 나라의 대미 관세에 맞대응할 수 없다면 미국이 경제적으로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관세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다른 나라들이 우리에게 관세를 사용하는 게 허용되는데, 우리가 신속·영리하게 관세로 반격하는 것이 불허된다면 미국은 경제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비슷한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만약 법원이 예상과 다르게 우리의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다른 나라들이 '반미(反美) 관세'로 우리나라를 인질로 잡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한다"고 썼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지난달 29일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하자 항소법원에 판결 효력정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상호관세 전체를 무효라고 판단한 USCIT 판결과는 별개로, 소송을 제기한 두 개 업체에만 해당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더 옥죄는 측면이 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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