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공군기지 4곳 드론 공격
위장 트럭에 드론 실어 침투
최전선 4천㎞ 떨어진 곳 타격
1년반 준비한 ‘거미집 작전’
젤렌스키, 푸틴 보란듯 지휘
WP “日진주만 공습급 충격”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러시아 내륙 깊숙한 곳에 몰래 들여보낸 뒤 트럭으로 운반한 자국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 활주로에 주기된 전투기를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AP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6/02/news-p.v1.20250602.52600f6d2ffb4c9ea6520061222f1f18_P1.jpg)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규칙을 다시 썼다. 1941년 진주만 공습처럼.”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 대규모 무인기(드론)를 앞세워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자산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자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쟁 침략국(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1941년의 진주만 공습과 비교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지만, 저렴한 드론으로 가장 정교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고가 무기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세계 전쟁사에 기록될 기념비적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2차 협상 직전 공격을 단행한 것은 러시아의 심리적 부담감을 키우는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가 일명 ‘거미집 작전’을 계획하고 최종 실행하기까지는 1년6개월이 걸렸다고 영국 BBC는 이날 보도했다.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으며,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총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눈을 피해 소형 드론을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화물 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 드론을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드론을 수천 ㎞ 떨어진 최소 4곳의 별도 장소로 이동시킨 후 근처 러시아 공군기지를 겨냥해 원격 발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인 군사전문가인 세르히 쿠잔은 자국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략폭격기는 우리를 상대로 장거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며 “전부 120대뿐인데 우리는 이 중 40여 대를 공격했다. 정말 엄청난 숫자”라고 주장했다.
군사 블로거 올렉산드르 코발렌코는 러시아의 폭격기와 지휘통제기가 파괴되지 않았더라도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가 타격했다고 밝힌 러시아의 Tu-95, Tu-22, Tu-160은 더 이상 러시아에서 생산되지 않는 기종으로 수리도 어렵고 교체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러시아가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Tu-160을 잃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오늘 러시아 공군은 가장 희귀한 항공기 두 대를 잃은 것이 아니라 무리의 유니콘 두 마리를 잃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압박하는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자국을 ‘패배자’로 가정하고 협상을 중재한다는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붙이며 “당신에겐 (협상)카드가 없다”고 윽박지르던 장면은 우크라이나인의 반감을 샀다.
우크라이나 시사잡지 ‘비즈니스 우크라이나’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결국 우크라이나에도 몇 가지 카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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