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1일(현지시간) 대규모 무인기(드론)를 앞세워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자산을 무력화했다고 주장하자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에서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쟁 침략국(일본)이 미국을 공격한 1941년의 진주만 공습과 비교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지만 저렴한 드론으로 가장 정교하며 천문학적 비용이 투입되는 고가 무기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세계 전쟁사에 기록될 만한 기념비적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2차 휴전협상을 벌이기 직전 공격을 단행한 것은 러시아의 심리적 부담감을 키우는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도 견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가 일명 '거미집 작전'을 계획하고 최종 실행하기까지 1년6개월이 걸렸다고 영국 BBC가 이날 보도했다.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으며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총괄했다. 이번 '거미집 작전'의 의미는 드론을 활용해 복잡하면서도 촘촘하게 얽힌 공격 대상을 노린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눈을 피해 소형 드론을 러시아로 보내기 위해 화물트럭으로 위장한 차량에 드론을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드론을 수천 ㎞ 떨어진 최소 4곳의 별도 장소로 이동시킨 다음 근처 러시아 공군기지를 겨냥해 원격 발사한 것이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촉구하는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자국을 '패배자'로 가정하고 협상을 중재한다는 데 불만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시사잡지 '비즈니스 우크라이나'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에도 몇 가지 카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올렸다.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2차 휴전협상이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튀르키예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나쁘게 끝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양국은 지난달 16일 첫 협상 때도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1000명씩 포로 교환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이재철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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