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 패권경쟁 격화 속
中, 희토류·전기차 우위 토대로
지정학적 강대국 지위 노릴듯
美·동맹국간 관세 갈등 틈타
習, 군사행동 나설 가능성도
9월 세계지식포럼 참석 예정
![[사진 =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20/news-p.v1.20250520.c15b6877b576495c904e5c835568cfa4_P1.jpg)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세 분야에서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중국의 기술 굴기, 동맹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이 맞물리며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저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2022년)를 통해 10년 내 미·중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을 경고한 외교·안보 분야 석학인 핼 브랜즈 미국 존스홉킨슨대 국제학대학원(SAIS) 석좌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당 저서에서 미국의 경제적 압박이 중국의 전략적 기술 굴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오는 9월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제26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브랜즈 교수에게 관세전쟁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의 향방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1문 1답.
![핼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 석좌교수. [사진 = 본인 제공]](https://wimg.mk.co.kr/news/cms/202505/20/news-p.v1.20250515.2a4f6550b1bd41e6bce30279d44428a2_P1.jpg)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90일간 휴전에 돌입했다. 이후를 어떻게 전망하나.
▷관세전쟁은 결국 완화될 것이다. 양측 모두에 경제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관세전은 양국 관계의 핵심인 전략적·경제적 적대감을 부각시켰기 때문에 앞으로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하고 위험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미·중 패권 경쟁의 주요 전장은.
▷앞으로의 핵심 전장은 기술 분야다. 미래 경제 번영과 군사력을 좌우할 기술 분야 말이다.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합성생물학, 첨단 로봇, 통신 등 여러 분야가 포함된다.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리더십을 위한 경쟁은 곧 기술 리더십을 위한 경쟁이었다.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기술을 지배하는 국가가 그 시대를 지배하곤 했다. 따라서 미·중 간 기술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미·중 기술 전쟁은 어떤 양상을 띨까.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경쟁에서 어떤 방향을 취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부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많은 참모가 핵심 기술의 더 엄격한 규제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트럼프는 거래적 성향이 강하다. 일부 규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자국의 기술 혁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상대가 따라잡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미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동맹의 지원이 필요하며, 그래야 14억 인구의 대국과 경쟁할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그간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는데 현재 중국은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
▷중국 경제는 인구 감소, 성장 모델의 한계, 신전체주의적 정치 체제로의 회귀 등 구조적 약점이 여전히 크다. 그런데도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 핵심 공급망의 전략적 거점 장악 등 강력한 압박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년간 이러한 압박 도구를 준비해왔고, 현재 관세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저서에선 중국 쇠퇴론을 주장하셨는데 최근의 ‘기술 굴기’는 심상치 않다.
▷책에선 중국이 구조적 약점 때문에 미국을 경제적으로 추월하기 어렵지만, 지정학적 레버리지 확보를 위해 핵심 기술 분야 지배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더라도 희토류나 전기차 등에서의 우위를 활용해 외교·전략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오히려 경제가 상대적으로 쇠퇴할수록 이런 레버리지를 더 공격적으로 쓸 수 있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미국을 위협할까.
▷기술 경쟁은 곧 지정학적 경쟁이다. 미국은 20세기 세 차례(1·2차 세계대전, 냉전) 글로벌 리더십 경쟁에서 경제 규모와 기술 혁신 덕분에 승리했다. 미국이 동맹과 함께 핵심 혁신 분야를 주도하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리더십 유지가 어려워질 것임은 분명하다.
―저서에서 밝힌 ‘10년 내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은 유효하나.
▷중국은 최근 확실히 서두르는 모습이다. 대만 주변에서 매우 공격적인 군사훈련이 늘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자신감을 얻고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군사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시진핑의 전략적 계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만약 트럼프가 동맹을 멀리하고 미국을 쇠퇴시키고 있다고 시진핑이 확신한다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의 고관세·반동맹 기조가 불러올 파장은.
▷관세가 얼마나 높은지에 달렸다. 10% 정도의 관세는 동맹국들이 견딜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모든 제조업을 자국으로 돌리려는 비현실적 목표로 세계 경제를 파괴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동맹은 유지되지 못한다. 동맹국에 대한 고관세는 전략적 결속을 뒷받침해온 경제적 결속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 만약 고관세에 주한미군 대폭 감축 등 다른 조치까지 더해진다면, 동맹 신뢰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숨은 의도는 무엇인가.
▷솔직히 트럼프 정부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여러 국가에 비상식적인 고관세를 부과했다가 자본시장이 요동치자 다시 물러서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전면적 관세 정책이 세계와 미국 경제 모두에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 사태의 결말을 명확히 그리지 못하고 있으며, 90일 유예 기간 내에 많은 국가와 협상을 마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한미 간 관세 협상 테이블엔 환율도 올라와 있다.
▷미국이 안전보장을 지렛대로 삼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달러 평가절하에 협조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본다.
―‘제2의 플라자 합의’라는 말도 나온다.
▷플라자 합의 당시 미국은 동맹과 함께 경제적 부담과 이익을 재조정해 민주주의 세계의 경제·군사 리더십을 유지하려고 했다. 오늘날엔 미국이 그런 리더십을 계속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동맹국 입장에서도 미국이 신뢰할 만한 동맹인지 의문이 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를 지킬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도 그때와 다르다. 이런 점들이 새로운 통화 합의 도출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트럼프 정부의 관세·경제 정책 목표는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제조업을 미국에 유치하려면 관세를 유지해야 하고, 협상 카드로 쓰려면 관세를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불명확성이 오늘날 국제 경제에 중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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