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 이어 마이너스
고물가에 소비자들 구매 감소
수출도 4분기만에 하락 전환
“관세에 2분기도 역성장 예상”
![소비 감소로 최근 문을 닫은 102년 역사의 도쿄 지유가오카 후지야 서점. [도쿄 = 이승훈 특파원]](https://wimg.mk.co.kr/news/cms/202505/16/news-p.v1.20250516.031d039f5ee347348cb6e2197b0124e7_P1.png)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주춤한 것이 요인으로 꼽힌다.
16일 일본 내각부는 올해 1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이 1년간 계속된다고 가정한 연율 환산으로는 0.7% 감소다.

일본 경제의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1분기의 -0.4% 이후 4분기 만이다. 이후 일본 경제는 지난해 2분기 0.9%, 3분기 0.2%, 4분기 0.6% 등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항목별로 보면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1분기에 전기 대비 0.04% 증가하는 등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 컸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못한 것이다. 특히 고기와 생선 등 식료품 구매가 감소한 것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는 등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쌀값은 전년 동기 대비 92.1%나 급등하는 등 신선식품 가격 오름세는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다.
![도쿄 쇼핑구역인 아메요코쵸에 붙은 ‘특별할인’ 문구. [로이터=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5/16/rcv.YNA.20250516.PRU20250516231701009_P1.jpg)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담당상은 “식료품 등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개인소비가 약화하고 있다”며 “1분기에는 미국 관세 조치의 영향이 특별히 보이지 않지만 최대한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올 1분기에는 수출도 줄었다. 전 분기 대비 0.6% 감소하면서 4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하는 관세 발효 전에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늘었지만 전체 숫자에서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반면 수입은 2.9%나 늘면서 GDP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웹서비스 이용료가 늘어난 데다 항공기와 반도체 구매 금액도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개인소비 다음으로 GDP에 영향을 주는 지표인 설비투자가 1.4% 증가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 측면에서는 디지털전환(DX)을 위한 투자가 활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이토 타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2분기 이후 관세 인상으로 인해 수출 감소와 국내 생산량 하락은 불가피하다”며 “현시점에서는 2분기의 실질 GDP도 마이너스가 되는 등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트럼프 관세로 인한 영향이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주요 기업들의 실적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5% 이상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이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오르는 가운데 임금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결국 개인 소비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성장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이달 초 3개월 마다 경신하는 ‘경제·물가 전망 리포트’에서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6%포인트 낮춘 0.5%, 2026년도는 0.3%포인트 내린 0.7%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025년도에 2.4%에서 2.2%로, 2026년도에 2.0%에서 1.7%로 각각 낮췄다. 닛케이는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으로 성장률뿐 아니라 물가 전망치도 낮춘 것이 포인트”라며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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