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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협상 공식 의제 아니라지만… 시장은 ‘제2 플라자합의’ 의심

한미 밀라노서 비밀리 합의 소식에 환율 급락, 환율 협상 대상 아니라는 소식에 다시 반등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5.15 22:02:45
  • 최종수정:2025.05.15 22: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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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밀라노서 비밀리 합의 소식에 환율 급락,
환율 협상 대상 아니라는 소식에 다시 반등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환시장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전 세계 주요 국가와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환율 정책을 공식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이 통화 절상을 압박하는 ‘제2 플라자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며 외환시장은 하루 사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그간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베트남, 독일 등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이후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나라들이 ‘환율 조작’을 하고 있다고 저격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들 국가의 통화 가치를 절상하는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같은 우려는 한국과 미국 재무당국이 환율 정책을 협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더욱 확산됐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급)과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는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약 1시간가량 환율과 관련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앞서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4일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양국 재무부 간 환율 정책 관련 논의를 별도 진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최지영 관리관과 캐프로스 부차관보의 만남은 협의를 개시하기 위한 첫 대면 회동 성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에 미국이 암묵적으로 달러화 약세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의혹이 확산해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달러 상승) 1420.2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한미 환율 협의 소식이 알려지고 야간 거래에서 미 달러화 대비 한국 원화 가치는 1396.5원까지 2% 급등해 1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42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이 무역협상에서 환율 관련 문제를 의제에 담지 않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달러화는 강세로 전환됐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협상팀은 한미 무역협상에서 외환정책과 관련한 약속을 협정에 담지 않을 계획이다. 미국 환율 정책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일임하고 있는데, 그는 다른 관료에게 무역정책 과정에서 환율을 협의하도록 위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즉 무역협상에서 환율이 논의되더라도 베센트 장관이 참석한 자리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달러화 매도 흐름이 약해지며 환율도 소폭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5일 오전 10시 17분 현재 1400.9원으로, 1400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달러 반등을 따라 환율은 야간장에서의 급락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환율 논의를 둘러싸고 의구심은 남아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입장과 시장의 기대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결국 약달러 정책이 뒤따를 것이라며 공식 입장과 실제 정책 사이의 ‘이중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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