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유산인 일상복 강화
발표 후 주가 14% 급등해

영국의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초고급 하이패션 브랜드 전략을 포기한다. 매출 부진에 20% 감원과 함께 트렌치코트와 같은 브랜드 전통에 집중하는 체질 개선에 돌입한다.
14일(현지시간) 조슈아 슐먼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인력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최대 17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그는 전임 경영진의 전략에 강한 비판을 내놨다.
현재의 매출 부진이 체크무늬 등 브랜드 본래의 정체성을 버리고 실험적인 디자인과 고가 핸드백에 집중한 선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버버리의 최근 12개월간 매출은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슐먼 CEO는 “버버리는 런웨이 브랜드로서 소비자에게 낯설었고 공감을 얻지 못했다”며 “그렇게까지 애써서 얻을 만한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패션쇼 무대 위에서나 보일 화려하고 예술적인 소수 취향의 제품군은 성과가 없었다는 의미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버버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세 번 바꿨고, 고급화를 위한 어설픈 시도들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실패 중 하나는 2018년 버버리가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의 이름에서 따온 알파벳 T·B를 이용해 만든 상징이다. 이는 루이뷔통의 L·V 모노그램을 억지로 따라했다는 비판 등 시장의 혹평을 산 바 있다.

버버리의 새 전략은 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감원 대상 1700명 중 다수는 영국 런던 본사 등의 사무직이다. 버버리의 상징적 제품인 트렌치코트를 생산하는 잉글랜드 북부 캐슬퍼드 공장도 예외는 아니다. 야간조를 폐지할 예정이다. 총 1억파운드(약 1851억원)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전통으로의 회귀도 주목된다. 앞으로 버버리는 트렌치코트, 스카프 등 실용성 있는 일상복에 집중한다. 체크무늬가 들어간 폴로 셔츠나 여성용 원피스도 실적을 견인할 주요 품목으로 꼽힌다.
영국 증시는 버버리의 변화를 환영했다. 14일 하루에만 주가가 17% 급등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여섯 거래일간의 상승률은 33%에 달한다.
자산운용사 스미드캐피털매니지먼트의 콜 스미드는 “슐먼 CEO가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에 베팅했다”며 “가치있는 브랜드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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