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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만명 한자리서 애도의 물결…“모두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

장례 미사에 25만명 인파 몰려 국가원수 50명, 군주 10명 참석 130여개국에서는 대표단 보내 “벽 아닌 다리 세워라” 교황 발언 트럼프 면전서 인용해 이민정책 비판 콘클라베, 다음 달 6일 시작 전망

  • 김제관
  • 기사입력:2025.04.27 22:27:25
  • 최종수정:2025.04.27 22: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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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미사에 25만명 인파 몰려
국가원수 50명, 군주 10명 참석
130여개국에서는 대표단 보내

“벽 아닌 다리 세워라” 교황 발언
트럼프 면전서 인용해 이민정책 비판

콘클라베, 다음 달 6일 시작 전망
2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시신을 안치한 목관이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날 장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약 15만명의 참배객은 미사가 치러진 성베드로 광장부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까지 약 6㎞ 거리 곳곳에서 교황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끝난 뒤 시신을 안치한 목관이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날 장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약 15만명의 참배객은 미사가 치러진 성베드로 광장부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까지 약 6㎞ 거리 곳곳에서 교황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전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가난한 자들의 친구로 검소하며 소탈한 삶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의 애도 속에서 영면에 들었다.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는 지난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가 엄수됐다.

이날 장례 미사는 교황의 목관이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광장의 야외 제단으로 운구되면서 시작돼 약 2시간30분 동안 입당송, 성경 강독, 강론, 성찬 전례, 고별 예식 등 순서로 진행됐다.

장례 미사는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은 장례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바티칸은 장례 미사에 약 25만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미사에 앞서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일반 조문에도 약 2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약 50명의 국가원수와 10명의 군주가 장례 미사에 참석했다. 약 130개국의 대표단도 바티칸을 찾았다. 한국 정부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민관 합동 조문사절단을 파견했다.

트럼프 대통령 바로 앞에서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정책을 비판하며 했던 “벽이 아닌 다리를 세우라”는 발언을 강론에서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종교 지도자가 어떤 사람의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수치”라고 받아쳤다.

이어 레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와 미국 접경 지역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난민 12명을 바티칸으로 데려온 일화를 떠올리며 “모든 이에게 마음을 연 민중의 교황이었다”고 추모했다.

이날 장례 미사에는 리비아 난민 대표단과 이탈리아 난민 구호 단체인 지중해 구조단 등이 생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으로 참석했다. 교황은 2013년 즉위 후 첫 방문지로 이주민의 비극을 상징하는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찾을 정도로 이주민·난민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장례 미사가 끝난 뒤 교황의 관을 실은 운구차는 로마 시내를 가로질러 장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성모 대성당)으로 옮겨졌다. 교황이 생전에 공식 방문 시 신도들을 만날 때 사용하던 전용 의전차량 ‘파파모빌레(papamobile)’가 운구차로 개조돼 사용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 전임 교황이 묻힌 성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대신 평소 즐겨 찾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히는 건 1903년 로마 라테라노 대성당에 안치된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운구차는 장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약 6㎞ 거리를 사람 걸음 속도로 천천히 이동했다. 운구 차량이 지나는 곳곳에서는 기도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이들이 포착됐다. 교황청은 운구 행렬에 약 15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열린 26일 교황의 장지인 로마의 성 마리아 마조레 교황청 대성당 안으로 교황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이 열린 26일 교황의 장지인 로마의 성 마리아 마조레 교황청 대성당 안으로 교황의 관이 운구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운구 행렬의 종착지인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앞에서는 난민과 수감자, 노숙인, 트랜스젠더 등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 4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생전 교황의 유언에 따라 교황청 특별 초청으로 참석했다.

이날 장례 미사를 시작으로 5월 4일까지 ‘노벤디알리’로 불리는 9일의 애도 기간에는 성베드로 광장에서 매일 추모 기도회가 열린다.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다음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다음달 6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콘클라베는 5월 6일 이전에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그보다 며칠 더 늦게 시작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추기경들이 사전회의를 통해 서로를 평가해야 하며, 교회가 재정 문제와 이념적 분열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선거권을 가진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은 콘클라베 첫날 오후 한 번, 이튿날부터는 매일 두 차례 투표한다. 전체 선거인의 3분의 2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투표 장소인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워 선출 성공 사실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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