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어린 세 딸과 함께 컬럼비아대를 찾은 프랑스인 관광객 부부 중 A씨는 정문에서 입장이 제지되자 "사회와 어우러지지 않고 폐쇄된 대학은 마치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와 고립주의를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전 세계와 충돌하고 있다. 미국 내 분열은 말할 것도 없고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전 세계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
"폐쇄된 대학 … 트럼프 시대, 美 모습 상징"
美 대학서 사라진 자유
반유대 시위 학생 '추방' 판결
"정부 위협에 대학연구 억압돼"
트럼프 국정 지지율 42% 그쳐
내년 중간선거가 분수령 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국들과 우호관계를 기반으로 한 외교 정책을 펼치기보다 미국의 이익에 유리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일방적 협상을 이어 가며 각자도생 시대를 부추겼다. 무엇보다 그는 관세를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면서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펼치며 미국 주도로 추진해온 자유무역 시스템과 국제 분업 체계에 대혼란을 불러왔다. 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는 등 글로벌 리더십에서 후퇴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컬럼비아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과의 갈등은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 '개방성'의 전통과 충돌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컬럼비아대 앞에서 만난 심리학 전공자 3학년 B씨는 "트럼프 취임 100일 동안 컬럼비아대는 확실히 분열됐다"며 "트럼프로 인해 캠퍼스 내 이념과 사상의 차이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실종됐고, 출입 통제로 대학과 지역사회는 단절됐다"고 지적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3학년 C씨는 "학내 시위 관계자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어 억울해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 출입이 통제된 것은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번진 대학가 반(反)유대 시위의 진앙지라는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컬럼비아대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 대학 중 가장 먼저 텐트 등을 동원한 반유대 성격의 대규모 반전 시위에 나섰고, 곧이어 하버드대를 비롯한 동부 지역 대학은 물론, 중부와 서부 등 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시위의 후유증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컬럼비아대에서 반유대 시위를 주도했던 이 대학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은 지난달 이민당국에 체포돼 루이지애나주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그에 대한 추방 허용 판결도 나왔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만난 학생들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공공의료 전공자인 4학년 D씨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에 연구 논문에서 여성이나 소수민족 등 다양성과 관련된 표현을 자제하게 됐다"며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다 보니 연구도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대뿐만 아니라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에도 지난 14일 20억달러의 지원금을 동결했다. 이에 하버드대는 소송으로 맞서면서 행정부와 대학 간 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정치에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운영은 내년 11월 치러질 중간선거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는 42%, 부정 평가는 54%였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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