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미사를 계기로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직후 이 같은 어조 변화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의 공습을 비판하며 푸틴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체결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을 은행(Banking)이나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로 다르게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최근 키이우에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습을 벌인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4일 러시아의 공습으로 키이우에서 최소 12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공습 직후 트루스소셜에 "러시아의 키이우 공격에 불만이 많다"며 "필요도 없고 타이밍도 너무 나쁘다. 블라디미르 멈춰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하고 나선 데는 우크라이나에서 광물협정 서명을 이끌어내기 위한 잇속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25일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가 아직 희토류 관련 최종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최소 3주 정도 지연됐다"며 "즉시 서명되기를 기대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러시아는 여전히 거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여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류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곳곳에 자폭 드론을 무더기로 날려보내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희생을 불렀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4일 밤부터 25일 새벽 사이 샤헤드 자폭 드론 103기가 키이우 등 5개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됐던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주를 완전히 탈환했으며 우크라이나와 선결 조건 없는 협상에 임할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영상회의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쿠르스크 해방 작전이 완료됐다고 보고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8월 기습적으로 쿠르스크 지역으로 진격해 일부 영토를 점령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모험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번 승리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추가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전히 일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는 쿠르스크 탈환 작전에서 북한군의 기여를 칭찬하며 북한군이 참전한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북한군에 대해 "높은 전문성과 인내·용기 그리고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군인 약 1만4000명을 파견했으며 이후 손실 병력을 대체하기 위해 3000명을 추가 파병한 바 있다.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25일 모스크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와 만난 자리에서 "선행 조건 없이 우크라이나와 평화 회담을 개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26일 교황 장례 미사를 계기로 유럽연합(EU)·프랑스·영국 등 주요 정상과도 별도 양자 회담을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등 네 명이 함께 대화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회동 뒤 "우크라이나는 무조건적인 휴전을 할 준비가 돼 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미국·유럽과 함께 협력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제는 푸틴 대통령이 정말로 평화를 원하는지 증명할 때"라고 압박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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