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 청소기 등 스마트 가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륙의 실수’라고도 불리는 중국의 대표 가전업체 샤오미. 전기차 분야까지 넘보며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카 ‘SU7’은 출시 1년만에 누적 21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가파른 성장세에 중국언론들은 일제히 샤오미가 세계1위 BYD에 이어 전세계 전기차 업계를 선도할 신흥강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불의의 사고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지난달 29일밤 SU7 한대가 안후이성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도로 공사구간을 피하지 못하고 중앙분리대를 들이박았습니다. 충돌 직후 발생한 불이 삽시간에 퍼졌고 차량은 전소하고 말았습니다. 불행히도 차량에 탑승중이던 여성 3명은 모두 탈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20대 대학생들로 다음날 실시되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유족들의 “차량문이 열리지 않았다. 샤오미는 대체 왜 이런 미완성 기술을 출시해서 사람을 해치느냐”는 절규는 중국내에서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고는 SU7이 출시된 이후 발생한 첫번째 발화 사망사고로 기록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진핑 정권이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AI화·스마트화·무인화’에도 차질이 빚어지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소된 사고 차량 모습. [바이두 캡처]](https://wimg.mk.co.kr/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0941da954eae4a1d9454c25c3e411a22_P1.jpeg)
![지난달 양회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EPA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35b39da4e1f841ee941c28ab790774bb_P1.jpg)
SU7의 발화사고는 단순 교통사고에 그치지 않고 중국 정부의 산업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미국의 관세 공세 대응의 일환으로 수출용 제품을 내수로 돌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알리바바, 징둥닷컴 등 자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지난 11일 징둥닷컴은 향후 1년간 2000억 위안(약 40조원) 규모의 수출용 제품을 구매·판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형 유통기업들도 잇따라 가세하는 수순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인구 14억의 거대 시장이라도 전세계로 나가려던 수출 제품을 전부 내수로 흡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미국과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 되기 이전부터 소위 ‘소비 진흥 특별행동방안’을 추진해온 배경입니다.
이 행동방안은 자국내 소비 의욕을 끌어올리기위한 8가지로 정도로 구성된 구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강조됐던것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카를 중심으로 한 ‘AI화, 스마트화, 무인화’ 입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스마트카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당국의 전체 산업육성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진 상태입니다.
사고 이후 중국 정부는 “과장 광고 금지” 지침을 내리고 자율주행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예컨대,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업계에 ‘자율주행’, ‘지능형 주행’ 등의 표현을 마케팅에 사용하지 말라고 지시했습니다.
![BYD가 23일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다이너스티 D’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오른쪽은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이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을 겨냥해 공개한 수직 이착륙 플라잉카 고브(GOVE). 중국 전기차 업계는 이번 상하이 국제모터쇼에서 ‘자율주행’ 대신 ‘지능형 보조주행’과 안전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국이 “과장 광고 금지”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b55ee8d4b7954936820f344192d9454b_P1.jpg)
샤오미는 사고 이후 차량의 주행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차량이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NoA(Navigate on Autopilot)모드로 시속 116km로 주행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당시 차량은 도로상의 장애물을 감지해 경고를 보냈고, 운전자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해 감속 및 차선 변경을 시도하던 중 충돌했습니다. 장애물 인식후 →수동 운전 전환핸들 조작 → 충돌까지 걸린시간은 겨우 2초에 불과했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의문점으로 남아 있는 것은 “왜 사고 직후 차량 문이 열리지 않았는가”입니다.
샤오미는 “비상시 수동으로 문을 열 수 있는 버튼이 도어 포켓 내부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탑승자들이 해당 위치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설령 사고 당시 버튼의 위치를 알고 있었더라도 혼란과 말그대로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속에 탑승자들이 신속히 버튼을 조작해서 탈출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처럼 불길이 순식간에 번진 이유를 두고서는 배터리 설계나 배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전기차는 좌석 아래에 배터리가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충돌시 안전 설계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사고이후 SU7에 배터리를 공급한 중국의 두 업체중 하나인 CATL은 “해당 차량 배터리는 우리 제품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다른 업체인 BYD는 여전히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샤오미 부스 한가운데 ‘샤오미 SU7울트라’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뉴스원]](https://wimg.mk.co.kr/news/cms/202504/27/news-p.v1.20250425.653e66449f6441a68270bc80607bb587_P1.jpg)
공식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일주일간 샤오미의 판매 실적은 2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샤오미는 당초 6~7월로 예정돼 있던 전기 SUV 출시 일정을 연기했으며, 지난 23일 개막한 상하이 모터쇼에서의 공개 계획도 전격 취소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달 중순이후 주가도 20% 이상 떨어졌다며 “샤오미의 전기차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술력 논란과 함께 브랜드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입니다.
현재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건 업계와 행정 주도로 주입됐던 스마트카와 자율주행에 대한 불안감 입니다. 그동안 샤오미뿐 아니라 다른 중국 스마트카 업체들은 최고 장비를 갖춘 모델 이라며 기능을 홍보하는 한편, 동시에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며 가격도 강조하는 수법을 써왔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시판되는 자율주행 기술은 국제 기준상 ‘레벨 2’ 수준으로,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보조 수준입니다.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하지만 마치 ‘꿈의 기술’ 처럼 포장된 마케팅에 현혹됐던 소비자들은 이번 사고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조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내 스마트카 판매 전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합니다. 소비 확대를 꾀하는 중국 정부에겐 내우외환이 겹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고급 기능을 내세우면서도 저가를 강조하는 산업 구조 자체에 무리가 있다”며 “기술 검증과 소비자 안전에 대한 고려가 뒤따르지 않는 스마트카 개발은 결국 산업 전반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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