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와 항공사, 자영업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세 충격이 발생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DHL 익스프레스가 21일부터 미국 내 개인 고객에게 800달러(약 113만원)가 넘는 글로벌 기업·개인 간(B2C)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DHL은 새로운 미국 세관 규정 때문에 배송이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2500달러가 넘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통관 절차가 요구됐지만 지난 5일부터 이 대상이 800달러 초과 상품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DHL은 기업 간(B2B) 배송은 중단되지 않지만 지연될 수 있으며 800달러 이하 물품은 개인과 기업 모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DHL은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은 뉴욕 내 차이나타운 소상공인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이스(FT)는 가게를 운영하는 중국계 미국인들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145%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을 늦추기 위해 물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앤디 왕은 FT에 "가능한 한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보잉은 미국과 중국 간 기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맥스 737 항공기가 전날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생산기지에 착륙했다. 샤먼항공 소속을 의미하는 도색 작업까지 완료된 이 항공기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에 위치한 보잉사 완성센터에서 인도를 기다리던 비행기 중 1대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당국이 미국과 벌이는 관세전쟁 와중에 보복 조처 중 하나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사 항공기를 인계받는 걸 중단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항공기가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무역 공세에 따른 미·중 간 상호 보복관세 조치로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해임에 관해 경고하는 등 통화당국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미국 관세정책 탓에 여름철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학계도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세정책의 후폭풍을 염려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해 저명 경제학자 1000명 이상이 '반관세 선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최대 적수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와 벌일 무역전쟁에 대비해 농산물 수출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은 작년 8월 이후 매달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 구매계약을 여러 건 체결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며칠 전인 올해 1월 16일부터 예약 구매를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사임을 압박하며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21일 달러인덱스는 장중 98.13까지 밀리는 등 3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6월물 금 선물가격은 이날 오후 3시 45분(한국시간) 기준 전장 대비 2.27% 오른 온스당 3404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4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달러당 엔화값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달러당 140.6엔 수준으로 거래됐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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