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역대 정부에서 이미 미국의 참여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던 것으로 나타나며 프로젝트의 사업성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미국 정치 환경의 변화와 에너지 가격 흐름에 따라 프로젝트의 운명이 크게 뒤바뀔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신중한 결정을 당부하고 있다.
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미국의 알래스카에 대한 투자 요청은 무려 4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내무부 장관과 알래스카주지사를 지낸 월터 히켈 유콘퍼시픽 이사장은 1983년 방한해 한국 정부에 LNG 도입 확대와 LNG 파이프라인 합작 건설을 요청했다. 방한 후 히켈 이사장은 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별도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1984년 1월 외무부(현 외교부)와 동력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등은 LNG 가격과 운송 조건에서 미국산의 장점이 없고, 가스관 건설 공사 참여는 미국 측이 막대한 금융 부담을 요구하기 때문에 협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자, 1990년대부터 미국은 가스관 건설 공사 참여보다는 LNG 수입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국으로 한국을 콕 집어 거론한 만큼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진 상태다. 정부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투자 가능성을 검토하고 나섰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남쪽까지 가스관을 1300㎞ 이상 끌고 내려와야 하고, 겨울철에는 땅이 얼어붙기 때문에 공사가 빠르게 진척되지 않는 지난한 사업"이라며 "우리 몫의 LNG 인도까지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환경 변화에 따라 또다시 사업이 뒤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변화에 따라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 요인이다. 실제 영국 석유 메이저 BP와 미국 석유가스 기업 코노코필립스는 2011년 알래스카 가스관 사업에서 손을 뗐다. 오하이오에서 텍사스까지 셰일가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100만BTU(열량단위)당 13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이 3.5달러까지 곤두박질친 영향을 받았다. 결국 단독으로 연방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얻어낸 엑손모빌도 2016년 사업에서 철수했다.
오성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역개발정책위원회 분과 부의장은 "이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LNG 가격"이라며 "LNG 가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향후 LNG 시장이 '셀러스 마켓' 형태를 유지할지도 불명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오 부의장은 "우리가 시공 역량이 뛰어나고, 강관 제조 역량도 있으니 얻어 올 것이 많다는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하에서 미국의 자재와 인력이 우선 투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기업의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공기업들을 활용해 대규모 프로젝트 지분투자에 나선다면 과거 이명박(MB)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프로젝트 진출 기회를 늘리고, 미국의 가스나 석유 수입을 늘리는 쪽에 국한해서 진행하는 게 현재로서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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