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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보유국”…확 달라진 트럼프 2기, 한국도 안보지형 격랑 속으로

헤그세스 ‘北 핵보유국 지위’ 발언 인·태지역 안보역학에 파문 일으켜 동맹에 가혹한 희생 요구하는 접근 우크라부터 한반도까지 미래 먹구름

  • 최현재
  • 기사입력:2025.01.21 05:13:11
  • 최종수정:2025.01.21 05: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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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그세스 ‘北 핵보유국 지위’ 발언
인·태지역 안보역학에 파문 일으켜
동맹에 가혹한 희생 요구하는 접근
우크라부터 한반도까지 미래 먹구름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EPA =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EPA = 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가동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안보팀도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글로벌 안보 질서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의 비핵화보다 ‘위기 관리’에 초첨을 맞춘 대북 인식을 보이면서 제재와 핵 폐기에 집중했던 과거 대북 정책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조짐이다.

트럼프 2기 안보팀의 3각 축인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중 누구도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대북 정책 목표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았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 사전 제출 답변서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표현했다. 루비오 지명자 역시 최근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고 지적하자 “진지하고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2기 안보팀의 북핵 인식은 역대 미국 행정부와는 입장 차이가 크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탄두 수십 기를 확보하며 핵무기 역량을 쌓아온 가운데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칭하지 않으면서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2기 안보팀의 인식에 비추어보면 역대 강력한 제재를 통한 CVID를 추구해왔던 미국의 북핵 정책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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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가 본격화되던 1990년대 이후 한국과 미국이 함께 발맞춰온 정책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면서 협상 의제를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가령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되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금지하는 합의를 추진하는 식이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한국에서도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핵무장 도미노’가 벌어지면 역내 안보 지형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도리어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에 더 가혹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부자 나라’로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한 바 있다. 메이슨 리치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남한과의 동맹을 폄하고 무시하거나 북한과 군비 통제 협정을 할 징후를 보일수록 한국은 자국의 핵무기를 확보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2기 안보팀은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고자 강경책을 쓰는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위해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비판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따라 러시아에 유리하고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종전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안보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전황이 열세에 놓였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왈츠 보좌관은 최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땅에서 러시아인을 추방하겠다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 현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만약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되면 향후 유럽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동맹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루비오 지명자도 최근 청문회 발언을 통해 “이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한다”면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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