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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쿠드롱은 우승한 죄밖에 없다

PBA ‘무단난입’ 사태관련 쿠드롱-스롱에 ‘주의’
사태 원인은 ‘스롱지인 A씨’와 스롱피아비
A씨 프레스카드 발급, 난동방관 PBA 책임 커
‘기자회견 불참당한’ 쿠드롱 징계 납득 안돼

  • 이상연
  • 기사입력:2023.07.14 22:06:01
  • 최종수정:2023.09.20 15: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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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4일 프로당구협회(PBA)는 파문을 일으켰던 ‘스롱피아비 지인’ A씨의 ‘기자회견장 무단침입’ 사태는 오해에서 비롯한 사안으로 결론내며, 프레드릭 쿠드롱(사진)과 스롱피아비에게 똑같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즉 두 선수 ‘과실 정도’를 같다고 봤다.(사진=MK빌리어드뉴스 DB)


14일 프로당구협회(PBA)는 파문을 일으켰던 ‘스롱피아비 지인’ A씨의 ‘기자회견장 무단침입’ 사태는 오해에서 비롯한 사안으로 결론 냈다. 그러면서 프레드릭 쿠드롱과 스롱피아비에게 똑같이 ‘주의’ 조치를 내렸다. 즉 (지난 13일 열린)경기운영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PBA는 두 선수 ‘과실 정도’를 같다고 봤다.

PBA가 내세운 징계 이유는 쿠드롱은 공식행사인 기자회견 불참이고, 스롱피아비는 주변 인물 관리 소홀이다. 그러나 두 선수가 제출한 경위서는 차치하더라도, 동영상과 목격담 등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과연 징계가 적정했는지 의문이다.

새벽에 거친 언어폭력 당한 쿠드롱은 피해자

어설픈 양비론식 징계, 공감 받기 어려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했을 때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스롱피아비 지인’ A씨다. 그는 스롱피아비를 데려다주다 스롱피아비가 토로한 걸 듣고 격분, 기자회견장에 난입했다. 이 결과 쿠드롱의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PBA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시상식 직후에도 쿠드롱에게 공격적으로 따졌다. “기념촬영때 왜 스롱피아비를 밀쳤나”고.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스롱 피아비에게 있다. A씨는 이미 몇 개월전부터 PBA 대회장을 자유롭게 출입했다고 한다. PBA 주변에서 A씨는 ‘스롱피아비 매니저, 사진작가’로 통했다. 그는 스롱피아비의 캄보디아 봉사활동에도 동행할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다.

더욱이 스롱 피아비와 매니지먼트 회사는 문제가 불거지자 “매니저나 사진작가가 아닌 지인이지 팬”이라고 둘러댔다. 그런 사람에게 새벽에 호텔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물론 스롱피아비가 아직 한국 사정에 서툴고, 더욱이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또한 A씨를 적극 만류했고,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당연히 몰랐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롱피아비는 LPBA의 간판선수이자 공인이다. 그런 만큼 주변 관리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썼어야 했다.

과실의 경중을 따졌을 때 PBA도 스롱피아비보다 가볍지는 않다.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PBA는 A씨에게 몇 개월전부터 프레스카드(또는 관계자카드)를 발급해줬다. 난동이 벌어진 11일 새벽 쿠드롱을 향해 핏대를 올릴 때도 그의 목에는 프레스카드가 걸려있었다. 기자들은 PBA대회를 취재할 때 명함이나 신분증을 제시하고 프레스카드를 받는다. 그러나 A씨가 어떤 경로로 프레스카드를 발급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A씨가 기자회견장에 난입, 10분 동안 떠들 때도 PBA측에서는 어느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이는 대회 운영주체로서 PBA측의 심각한 불찰이자 직무유기다.

오죽하면 쿠드롱은 SNS를 통해 “(A씨가)내 얘기를 하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아 프레스실을 나왔다”(he was making a story about me to other journalists and nobody stopped him, so I left the press room)며 PBA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쿠드롱은 무슨 잘못을 했을까.

PBA는 쿠드롱이 공식행사인 기자회견에 불참했다고 했다. 그러나 쿠드롱은 불참한 게 아니라, ‘불참을 당했다.’ 쿠드롱은 그날 격전을 치러 우승했다. 이어 시상식 치르고, 직후 A씨에게 안 좋은 매너로 공격적인 언어폭력(왜 스롱피아비를 밀쳤냐 등)을 당했다. 이때도 PBA측은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새벽1시 기자회견장으로 갔는데, 또 A씨 때문에 10분가량 자리에 앉았다 프레스룸을 나왔다. 이때도 A씨는 PBA측의 제지를 받지않았다.

쿠드롱이 박차고 나가고 A씨가 떠나자 PBA는 그제서야 부리나케 쿠드롱을 찾았다. 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자 새벽 2시에 기자들에게 기자회견 무산을 알렸다. 설사 쿠드롱이 돌아와 기자회견을 한들 ‘화가 날대로 난’ 그의 입에서 진솔한 얘기가 나올 수 있었을까.

PBA 상벌규정에 따르면 ‘회견불응’했다고 무조건 징계를 내리지 않는다. ‘정당한 사유없이’ 회견에 불응했을 때만 징계하도록 돼 있다. 11일 새벽 쿠드롱은 △A씨의 난동과 △PBA측의 방관(직무유기)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기자회견을 하지 못했다. 충분히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PBA가 사태 발발 후 사흘만에 징계조치하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은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징계의 경중을 가릴 때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설픈 양비론으로 징계 잣대를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당구팬들에게도 공감을 얻지 못한다.

8번째 우승으로 PBA 역사를 써내려가는 쿠드롱. 그에게는 우승한 죄밖에 없다. [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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