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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늑장부린 애플, 왕좌서 더 멀어진다

엔비디아·MS 시총 1위 경쟁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은 소외
AI 신기술 발표 계속 미룬탓
하드웨어 중심 매출구조 한계
월가도 "성장성 부족" 외면
올해 주가 20% 가까이 하락

  • 김대은/홍성용
  • 기사입력:2025.06.08 16:22:06
  • 최종수정:2025.06.08 16: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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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동반 상승하며 시가총액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달리 애플은 주가가 나스닥 상승률을 밑돌며 시가총액 경쟁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MS는 전일 대비 0.58% 오른 470.38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전날에 이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엔비디아가 지난 한 달간 20.75% 오르며 6월 3~4일 이틀 동안 시가총액 1위를 탈환했으나, 같은 기간 MS 역시 7.35%의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재탈환한 것이다.

반면에 한때 부동의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은 지난달 2일 MS에 이어 14일 엔비디아에도 추월당하면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발적인 발언이나 강경한 위협을 자주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기 직전에는 후퇴하거나 수위를 낮춘다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이론이 받아들여지면서 나스닥이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애플은 주가가 3.26% 올라 같은 기간 나스닥 상승률인 8.9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시가총액 1·2위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엔비디아·MS와 애플 간 격차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감 차이가 꼽힌다. 수년째 AI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를 이어가고 있는 엔비디아는 지난 1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 최근에는 AI 훈련 속도를 2배 이상 향상시킨 블랙웰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내놓는 등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MS 역시 오픈AI의 '챗GPT' 기술을 바탕으로 오피스에 코파일럿을 적용하는 등 AI 업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AI 수요 증가로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 매출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등 하드웨어 기반의 매출 구조를 갖고 있고 아이폰에 AI를 적용하려는 계획도 예상보다 늦어지며 투자자의 불만을 사는 형국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10일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이 AI 기능을 대대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관리, 수면 감지 등 사소한 업그레이드에 그치고 음성 비서인 시리(Siri) 전면 개편 등 핵심 기능은 2026년 이후로 연기됐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월가에서는 애플의 높은 밸류에이션 등을 이유로 투자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미국계 투자기관인 니덤은 "애플의 밸류에이션이 비싸 보이기 시작했으며,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애플의 투자의견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니덤은 "애플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이 비싸고 펀더멘털 성장의 역풍이 거세다. 경쟁사들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알파스프레드에 따르면 애플의 내재가치는 152.44달러로, 현재 시가보다 약 25% 고평가된 상태다. 애플은 구글이나 아마존 등과 달리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없어 AI에 따른 실질적인 수익 창출이 제한적이다. AI가 여전히 비용으로 분류되는데, 아이폰의 '애플 인텔리전스' 성능은 경쟁자인 삼성전자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여기에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성장은 1.9%로 하향 전망됐고, 북미 시장에서는 3% 감소까지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미국 외 국가에서 생산된 아이폰에 대한 관세 부과는 애플에는 추가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대은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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