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2월물은 직전 거래일보다 1.34% 하락해 1트로이온스당 267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로버트 야거 미즈호 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 지수가 109 선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을 압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품시장에서 금이 주로 미국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되는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국인 수요가 위축되면서 금값이 단기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품투자 서비스업체 스톤X의 파워드 라자크자다 연구원은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해 수익률이 뛴 것이 단기적으로 금값 하방 압력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가 최근 몇 주간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안전자산 수요가 계속 금값을 지탱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금 투자에 몰려든 자금이 또 다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분산되거나 위험자산인 주식 저점 매수세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제임스 스틸 HSBC 귀금속 담당 수석분석가 역시 "올해 금값이 추가 수요 제한과 공급 확대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작년에 비해서는 오름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 시세 전망치를 하향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리나 토마스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최근 투자 메모를 통해 올해 금값 전망치를 2910달러로 낮췄다. 작년 말 전망 때는 2025년 금 시세가 3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봤지만 이를 하향한 것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실제로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되면 금 수요도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을 100bp(1bp=0.01%포인트)로 잡았지만 75bp로 수정했고, 이달 중순 들어서는 다시 50bp로 좁혔다. 연준이 오는 6월과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씩 낮출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간 월가에서는 금 수요가 시세를 떠받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JP모건을 비롯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연중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 선에 거래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세계금위원회가 지난해 말 68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곳 중 3곳이 앞으로 12개월 내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금값은 대체적으로는 산업 수요와 각국 중앙은행의 매수세에 영향을 받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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