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대 직전인 2019년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스누커, 잉글리시빌리아드 두 종목에서 우승했다.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다. 입대를 일주일 정도를 앞두고 참가했었다. 2019년 당시 우승을 한 번도 못하고 있을 때 딴 금메달이라 더 기뻤다. 거기다 2관왕까지 해서 두배로 기뻤다.
▲우승을 많이 했는데, 첫 우승은 기억하나.
=학생부 대회는 감흥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성인부 대회 우승은 기억한다. 2016년 10월 충남 서천에서 열린 ‘스누커오픈’ 대회다. 대회 끝나고 기분 좋게 선수들한테 밥도 사고, 축하도 많이 받았다. 부모님도 기뻐하셨다.

▲2018년과 19년 영국 ‘월드스누커투어’ Q스쿨에 도전장을 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인데.
=Q스쿨 통과는 못했지만 전 세계에서 모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됐고, 선수로서 값진 경험이었다.
▲‘월드스누커투어’는 어떤 대회인가.
=WPBSA(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가 주관하는 총상금 200억원 규모 투어로 세계 최고 당구 무대다. 시드가 없는 선수는 매년 5월 약 한 달간 열리는 Q스쿨을 통과해야 한다. Q스쿨은 지옥의 레이스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500여 명이 참가, 1~3차 토너먼트를 거쳐 4강 입상자 12명에게만 ‘월드스누커투어’ 티켓이 주어진다. Q스쿨에 참가한 한국 선수는 제가 처음이자 현재까지 유일하다. Q스쿨 도전자는 대부분 유럽 선수들이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선수가 50명 정도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태국이다.
▲그 동안 두차례 Q스쿨에 도전했는데, 결과는 어땠나.
=2018년 첫 도전에서는 64강에 진출했고, 2019년에는 16강까지 올라갔다. 내년에도 Q스쿨에 도전할 건데 더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상대적으로 비인기종목인 스누커 선수를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후회한 적 없다. 스누커 선수가 되고 대학교도 입학하고 인천시체육회 소속으로 연봉도 받고 있다. 몇 년 전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있었다. 2017년 ‘그랑프리 2차대회’ 우승하고 선수들과 모인 자리였다. 선수등록한 지 일 년도 안된 포켓 선수가 초면에 대뜸 ‘네가 뭔데 시체육회에서 연봉을 받고 선수 생활을 하느냐’고 하더라. 당시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이제는 ‘내가 부러워서 저러나 보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가끔 정말 연습하기 싫을 때는 그때가 떠올라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하하.
▲20대 초반부터 ‘스누커 에이스’로 불렸다. 주변의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이제는 그런 기대도 부담스럽지 않고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저를 인정해주기 때문에 기대도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원래 제가 이렇게 긍정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당구를 하면서 갈수록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당구는 멘탈 스포츠라 부정적인 생각을 해봤자 저만 손해더라. 그래서 시합할 때나 연습할 때나 늘 긍정적인 생각만 하려고 한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인천시체육회 소속 선수들과 친하게 지낸다. 특히 포켓 선수인 (권)호준 형과 친하다. 입대 전 전국체전 우승도 사실 호준이 형 응원이 큰 힘이 됐다. 자신은 도중에 탈락했는데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서 응원해줬다.

▲최종 목표는.
=16살에 캐롬으로 시작해 18살에 스누커로 종목을 바꿨을 땐 또래 선수들보다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누커 선수들의 전성기는 40대 전후다.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영국 프로스누커 선수가 되고 싶고, 꿈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또 유소년 선수 육성에도 관심이 많다. 제가 시작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선수 훈련 환경이 열악해 어린 선수 유입이 없다. 스누커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선수 은퇴 후에는 스누커 지도자 생활도 하고 싶다. 지도자 자격증은 이미 취득했다. [hoonp777@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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