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알바몬 코리아당구왕’ 3쿠션 왕중왕에 오르는 등 소문난 ‘재야고수’인 안광준 동호인은 지난 13일 인천지역 당구클럽에서 열린 빌마트퓨리배 대회에서 무려 11연승을 거두며 정상에 올라 우승상금 1,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상금으로 지인들에게 한턱내느라 정신 없다’는 그를 17일 서울시 강남구 메이플당구클럽에서 만났다.
▲우승한지 며칠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축하를 받았을 것 같다.
=축하전화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요즘은 처세하기 바쁘다. 하하. 큰 액수의 우승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우승 직후부터 어제(16일)까지 매일매일 지인들에게 한턱내느라 정신이 없다.
▲1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했다. 특히 쟁쟁한 동호인들이 즐비했던 1부예선 통과부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1부예선에서 정재권, 김제신(이상 프롬‧25점)과 같은 조에 있어서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두 선수가 먼저 떨어져서 생각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1부예선 통과하면 대부분 입상권에 진입했다. 그런데 요즘은 2~4부 동호인들의 시합경험이 많아져서 1부예선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 대기시간이 길어져 집중력이 떨어져 있었고, 구장을 옮겨 치른 첫 시합이어서 테이블 적응도 안 된 상태였다. 여러 악조건이 겹친 상태여서 그랬는지 공이 잘 안 풀렸다. 상대 선수(인천 플라틴 소속 김남훈)의 시합핸디가 19점이었는데 한때 5:15까지 뒤졌다. 상대 선수가 경기 마무리에 애를 먹는 사이 열심히 쫓아가서 겨우 역전할 수 있었다.
▲8강전에서 2이닝에 하이런 10점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테이블에 적응을 끝낸 시점이었다. 7이닝까지 19:0으로 앞서는 등 컨디션도 좋았다. 그런데 거기서 나도 모르게 방심했던 모양이다. 내가 잠시 난조에 빠진 사이 상대의 추격을 허용했다. 다행히 역전은 허용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광준은 8강전에서 성낙훈(강원 하랑‧22점)을 상대로 14이닝 만에 25:12로 승리했다)
▲4강전 경기는 힘들어 보였다.
=4강전 상대(경기 빌투 소속 박종화) 와는 예전에 대회에서 한 번 만난 적 있다. 그땐 내가 역전패를 당했다.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했다. 7이닝까지 10:16으로 뒤지고 있어서 ‘까딱하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집중해서 치자고 계속 되뇌였다. 마음을 가다듬으니 대량득점이 나왔고,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당연히 힘들었다. 쉬지 않고 11경기를 연속으로 친 대회는 처음이었다. 나도 그렇고 상대도 그렇고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래서인지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정도로 졸전을 했다. 한 10이닝쯤 지나니 ‘이 경기는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득점보다는 상대방에게 좋은 공을 주지 않는 쪽으로 경기를 운영하려고 했다. (결승전에서 안광준은 이동한(부산 GQ‧20점)에게 25:16(31이닝)으로 승리했다)
▲본선에서 유독 역전승이 많았다.
=5경기 중 3경기가 역전승이었다. 쉬운 경기가 없었다. 지인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다. 누구는 떨려서 도저히 못 보겠다고 했고, 경기장을 찾은 친한 형은 ‘이번에는 지겠구나’하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한다. 아, 다른 한 명은 그냥 잤다고 하더라. 하하.

=그렇게 큰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단순히 대회장에 함께 온 지인들과 결승전 경기를 지켜봐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기 위함이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터넷방송에서 우승 공약을 걸었다고 들었다. 어떤 공약인가.
=우승하면 내가 대회 때 입고 경기한 옷을 단체복으로 맞춰 애청자 분들에게 선물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래서 지금 30벌을 주문해놨는데 약 350만원 정도 들었다. 생각보다 비용이 꽤 들더라. 하하.

=자세히 밝히기는 힘들지만 본업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주위에서 ‘이제 동호인시합에 그만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 고 수군거려 안나가는게 아니냐 그러는데,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이야기 나온 김에 물어보겠다. ‘일부 고점자들은 동호인시합에 그만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뿐만 아니라 다들 사정이 있어서 선수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많은 고점자들이 저점자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거나 대회 출전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등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선수 등록 안하고 동호인 대회만 출전한다고 너무 안 좋게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동호인들만 참가하는 ‘한국당구 3쿠션 실업리그’에 출전했다. 2011년 시즌이 끝난 후 ‘대회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얘기를 믿고 2012년 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대회가 돌연 없어져버렸다. 그래서 생계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선수 등록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수등록을 할 때가 그때가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선수 등록은 하고는 싶은데 본업 때문에 힘들 것 같다.
▲실업리그에 같이 참가했던 고상운(성남) 선수는 선수등록 후 처음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부럽지는 않았나.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부럽지는 않았다. (고)상운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는 친한 동생이다. 그래서 축하 많이 해줬다. 개인적으로 상운이의 우승은 이변이 아니라고 본다. 승부사 기질이 있고, 공 스타일이 좋은 동생이라 그 누구를 만나도 이길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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