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호치민3쿠션월드컵’ 기간중 호치민시에서 만난 당구장 클럽 사장들은 “한국산 국제식 대대가 아니면 손님들이 클럽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국 테이블의 유무 여부가 클럽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고도 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자국산 테이블을 비롯, 중국 한국 유럽산 테이블이 유통되고 있다. 베트남 및 중국산 제품은 싼 가격에도 수요는 적은 편이다. 당구 테이블 위에 깔리는 석판은 당구대의 주요 부품이다. 한국에는 당구테이블 전용 석판을 제작하는 공장이 있지만, 베트남은 그 기술이 부족해 주로 중국에서 수입한다. 문제는 이 중국산 석판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따라서 당구대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수평’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반면 유럽 테이블은 완성도는 있지만, 베트남 및 중국산 테이블보다 가격이 3~4배나 비싸 클럽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한국산 테이블은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 완성도도 뛰어날 뿐 아니라 가격 또한 유럽산 제품(국제식 대대 기준)의 60~70%(700~8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로 베트남 진출 15년째인 ‘민테이블’ 민관식 베트남 지사장은 “베트남 진출 초기엔 우리 대대 가격(최저가 700만원대)이 현지 물가에 비해 비싼 편이라 판매가 힘들었다. 그래서 호치민에 클럽을 하나둘 오픈하면서 테이블을 홍보했고, 현지 선수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다”면서 “그렇게 7~8년이 지나자 여러 클럽에서 우리 테이블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0년까지 호치민시에만 6개가 있던 민테이블 전용 클럽은 현재 1곳만이 남았다. 테이블이 판매되니 클럽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게 민 지사장의 설명이다. 민테이블은 지난 4월 열린 ‘2018 호치민 아시아캐롬선수권’ 공식후원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광희 허리우드 상무는 “캐롬종목에 한해 베트남은 투자가치 높은 시장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 편이고, 동시에 당구인구도 꾸준히 증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당구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다.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밭은 2010년부터 베트남에 큐를 수출해왔다. 주력 제품은 ‘하우스큐’(가격 5~10만원).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선 클럽 비치용으로 인식되는 하우스큐가 베트남에선 ‘개인용 큐’ 대우를 받는다.
권혁준 한밭 팀장은 “베트남에서 하우스 큐라고 하면 저품질의 중국산 큐를 가리킨다. 한국산 큐들에 비해 품질관리, 내구성, 디자인, 만듦새 등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산 큐는 고급용품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 아래 최근엔 한밭의 개인 큐들이 베트남에 보급되는 중이다. 권 팀장은 ‘켄타우로스’ 시리즈 등 30~50만원대 큐에 대한 주문이 점차 늘고 있고, 극히 드물지만 한밭의 최고가 제품인 ‘마에스트로’(400만원대) 주문도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한국용품업체들은 베트남 선수들의 후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얼마전 열린 호치민3쿠션월드컵 우승자 쩐 꾸엣 찌엔은 허리우드 후원을 받고 있고, 준우승자인 응오 딘 나이 후원업체는 한밭이다. 또한 마민깜은 대회 출전할 때마다 후원업체인 김치빌리아드 패치를 달고 나간다. 응우옌 꾸억 응우옌 후원업체는 민테이블 빌킹 볼텍코리아다.
선수들에 대한 적극적인 후원에 힘입어 큐와 테이블 외 다른 한국당구용품도 베트남에선 인기다. 때문에 한국을 다녀가는 베트남 선수들의 쇼핑목록엔 늘 ‘한국 당구용품’이 들어간다. 김치빌리아드, 빌플렉스, JBS, 볼텍코리아 등 업체들의 장갑, 그립, 팁 등이 인기다. 심지어 일부 용품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정도다.

[시리즈 끝] [sylee@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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