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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에서 완생으로’ 국악인 출신 PBA선수 임완섭 “이젠 대금 대신 큐를 듭니다”

최근 하림PBA챔피언십서 개인 첫 8강, 산체스에 접전끝 2:3 패배, 국악전공→ 동호인→ 당구선수로, 한양대서 전액장학금 받던 국악인

  • 황국성
  • 기사입력:2025.12.15 13:29:49
  • 최종수정:2025.12.15 13: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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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전공 후 동호인 활동을 거쳐 PBA에 입문한 임완섭은 최근 하림PBA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진=PBA)
국악 전공 후 동호인 활동을 거쳐 PBA에 입문한 임완섭은 최근 하림PBA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사진=PBA)
최근 하림PBA챔피언십서 개인 첫 8강,
산체스에 접전끝 2:3 패배,
국악전공→ 동호인→ 당구선수로,
한양대서 전액장학금 받던 국악인

지난 7일 끝난 PBA투어 8차전 하림PBA챔피언십 우승자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는 하마터면 8강에서 대회를 마감할 뻔했다. 30대 초반 ‘언더독’을 만나 세트스코어 2:2 팽팽히 맞선 끝에 5세트에 겨우 경기를 끝냈다. 산체스로 하여금 진땀을 흘리게한 선수가 바로 임완섭(32)이다.

그는 22/23 챌린지투어(3부) 개막전부터 PBA에 데뷔했고, 23/24 드림투어 6차전 우승을 거쳐 23/24 하나카드배부터 1부투어에 출전했다. 임완섭은 특이한 경력의 당구선수다. 한양대에서 대금을 전공한 국악인이고 대학원까지 마쳤다. 이후 당구동호회 YB에서 취미로 당구를 즐기다 당구선수로 진로를 바꿨다.

22/23시즌 챌린지투어부터 PBA 데뷔
8차전 통해 우승 도전할 수 있겠다 자신감 생겨

그 동안 1부투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큐스쿨까지 내려갔다가 극적으로 1부투어에 잔류했다. 그러나 올시즌 6~7차전에 연속 32강에 올랐고, 이번 8차전에서 8강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생에서 완생을 꿈꾸는 임완섭 얘기를 들어봤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달라.

=PBA에서 뛰는 당구선수 임완섭이다. 올해 32살이며 당구수지는 40점이다.

▲이번 하림PBA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8강까지 올랐는데.

=일단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해서 만족한다. 특히 대회 전까지 강등권에 머물렀는데 1부투어 잔류를 확정해 더욱 기쁘다. 게다가 8강에 진출하니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주위에서 많이 축해줬다. 아직도 얼떨떨하다.

임완섭은 한양대에서 국악(대금)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국악인 출신 당구선수다. 지난 2012년 대학1학년때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안 제46회 정기연주회 ‘靑竹의 소리’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는 임완섭. (사진=임완섭)
임완섭은 한양대에서 국악(대금)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마친 국악인 출신 당구선수다. 지난 2012년 대학1학년때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안 제46회 정기연주회 ‘靑竹의 소리’에서 대금을 연주하고 있는 임완섭. (사진=임완섭)

▲8강에서 탈락한게 아쉽겠다. (산체스에 2:3패)

=(상대인 산체스는) 클래스 있는 선수니까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이번에는 자신 있게 치자고 마음먹고 경기했고 지난번(24/25시즌 3차전 에스와이하노이오픈 128강전서 1:3패)보다 경기 내용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8강전 끝나고 울컥했는데 산체스가 격려해줬다고.

=경기 끝나고 큐를 정리하는데 내가 8강에 올라온게 실감나면서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더라. 산체스가 다가와 여기까지 온 것도 잘 한거고 오늘 경기도 좋았다면서 격려해줬다.

임완섭은 쓰리뱅크샷과 공격적인 플레이와 순간 집중력에 자신있다면서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임완섭)
임완섭은 쓰리뱅크샷과 공격적인 플레이와 순간 집중력에 자신있다면서도 더 좋은 성적을 위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임완섭)

▲원래 국악을 전공했다고.

=한양대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국악(대금)을 전공했고,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당구는 YB(Young Billiard) 동호회에서 취미로 즐겼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당구선수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

▲국악 전공에서 당구선수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당시 PBA가 출범하고 팀리그도 생기면서 당구선수로도 길이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부모님 반응은.

=걱정을 많이 하셨다. 대학교 잘 다니고 석사도 마쳤는데 갑자기 당구선수 한다고 하니, 나라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진지하게 당구선수로서의 계획을 이야기 나누며 허락을 받았다. 지금은 매 경기 유튜브로 경기보면서 응원해주신다. 아버지는 경기에서 특이한 점이 있으면 메모해뒀다가 피드백까지 해줘서 든든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쓰리뱅크샷은 자신있다. 또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고 하고, 감각적으로 치는 편이다. 순간 집중력도 강하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임완섭(왼쪽)이 경기도 구리 큐스코파크에서 자신을 지원해주고 있는 큐스코 박정규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완섭)
임완섭(왼쪽)이 경기도 구리 큐스코파크에서 자신을 지원해주고 있는 큐스코 박정규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완섭)

▲선수로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지.

=지난시즌 성적이 부진해 올해 4월 큐스쿨에 갔을 때 힘들었다. ‘1부에서 강등될 수 있다’는 불안과 초조함이 컸다. 다행히 잘 이겨냈고 지금은 한 단계씩 성장하려고 노력한다,

▲동호인 시절과 지금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졌나?

=예전에는 그냥 ‘당구를 즐기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당구가 삶 자체다. 선수로서 자부심을 가지려고 한다.

▲현재 연습구장과 사용하는 당구용품은.

=서울 논현동 뉴코리아당구클럽과 구리 큐스코파크에서 연습하고 있고, 당구용품은 고리나 제품을 쓰고 있다.

▲고마운 분들에게 한 마디.

=당구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신 큐스코 박정규 대표님과 고리나 임정철 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최근 PBA 김홍민이나 LPBA 김민영(우리금융캐피탈) 선수 등 같이 당구 치는 친구들이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줘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다.

▲선수로서 목표는.

=그동안 ‘우승’를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언젠가 나도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라는 마음이 생겼다. 꼭 우승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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