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유학할 때도 스누커 놓지 않아,
국내 17위 韓유이(有二) 女스누커선수
등록선수 26명(대한당구연맹 랭킹 기준). 당구 중 국내에서 가장 비인기종목으로 꼽히는 스누커. 무관심과 비인기 종목의 설움 속에서도 묵묵히 스누커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20대 여성이 있다. 부산당구연맹 소속 박정민(국내랭킹 17위, 26)이다. 그의 스누커 인생은 한편의 서사와 같다. 어려서 외국생활한 덕에 일찌감치 스누커 매력에 빠졌고, 여러 나라에서 유학하면서도 스누커를 놓지않았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 단 두 명밖에 없는 여성 스누커 선수다. 그는 현재 인천 송도 국제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하면서 스누커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오픈에서 8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오는 ‘2030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성 스누커 국가대표로 출전,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이(有二)한 여성 스누커선수 박정민의 얘기를 들어봤다.
송도 국제학교 교사 재직하며 선수 활동
▲간단하게 자기소개 해달라.
=부산당구연맹 스누커 선수 박정민이다. 올해 26살로 2015년부터 스누커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송도의 한 국제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선수활동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최혜민(울산) 선수와 함께 한국에 두 명 밖에 없는 여자 스누커 선수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스누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 아버지 권유로 골프, 테니스 등을 하며 운동을 했고, 당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친척이 살고 있는 호주에 잠시 머물렀는데. 호주는 동네에서도 스누커리그가 열릴 정도로 활성화돼 있었다. 나도 리그에 참여해 즐기면서 점차 스누커 매력에 빠졌고, 스누커 선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어떻게 했나.
=호주와 달리 한국에선 스누커가 비인기 종목이라 스누커를 배울 곳이 드물었다. 게다가 유학 때문에 아일랜드, 호주, 영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옮겨 다녀서 전문 코치에게서 배울 수 없었다.
▲유학을 간 이유는.
=원래 꿈인 영문학 교사와 스누커,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고 싶었다. 영어공부 하러 유학가는 김에 스누커도 같이 배우고 싶었다. 알아보니 영어권인 아일랜드가 스누커 강국이라는 걸 알게 됐고 고등학교 1학년 때 1년 동안 유학생활을 했다. 이후 호주 태즈마니아주 국립대학을 다녔다. 그리고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학업에 매진했고,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평일엔 학교수업, 주말에만 하루 10시간 연습
▲영국과 호주, 말레이시아에서 스누커 위상은 어떤가.
=영국이야 스누커 본고장이라 대단했고 대회도 많았다. 학교 대표로 대학 스누커대항전이나 동네리그에 자주 출전했다. 기본기를 가르치는 캠프 등 스누커 교육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 스누커를 제대로 배우려는 내게 큰 도움이 됐다. 호주와 말레이시아도 비슷했다.
▲교사로 재직하며 선수생활을 병행하는게 쉽지 않을텐데.
=시합도 주말이나 방학 때만 가능하다. 다행히 이번 추석 연휴에 시합감각을 되찾을 겸 ‘2025 호주여자오픈대회’에 출전했다. 세계프로당구스누커협회(WPBSA)에서 주최한 대회로 대학생 때 2번 참가했는데 8강에 올랐다. 오랜만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도 8강까지 진출했고 세계랭킹도 51위까지 올랐다.
▲국내대회에 참가할 계획이 있는가.
=되도록 대회에 출전하고 싶다. 하지만 최근 전주서 열린 스누커 그랑프리나 11월 대한체육회장배는 스케줄이 맞지 않아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지난 7월 남원 전국당구대회에는 참가했다. 당시 일요일 경기였는데, 새벽에 송도에서 출발해 경기했고, 다음날 출근이라 밤에 버스 타고 다시 올라왔다. 체력적으로 힘들고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대회 출전이라 좋았다.
▲스누커 선수 10년째인데,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영국서 열렸던 세계여자빌리아드 스누커대회에 참가했다. 21세 이하 부문에 출전해서 준우승한게 기억에 남는다. 성적도 좋았지만 그 대회를 계기 스누커에 더 빠지게 됐다.
▲연습 루틴은 어떤가.
=학교 끝나고 부평 연습구장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려서 평일에는 연습할 여건이 안된다. 주말에만 구장을 찾아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기본기나 포지션 플레이 위주로 연습한다. 아무래도 연습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최대한 집중하고 효율적으로 연습하려고 한다.
▲스누커 선수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후원이나 체육회 지원 없이 선수생활하니까 금전적으로 쉽지 않다. 일을 하고 있지만 월급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부모님과 친오빠 도움을 받는다. 게다가 인천에는 스누커 구장이 한 곳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힘든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스누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시간은 제한적이고, 돈도 많이 들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도 있지만 스누커를 칠 때 ‘딱’ 맞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스누커도 상대 선수보다 많이 점수를 내야 이기기 때문에 점수를 낼 때나 상대가 득점하지 못하게 수비에 성공할 때 느끼는 희열이 좋다.
▲스누커 말고 다른 취미가 있는가.
=예전에는 암벽등반(락클라이밍)을 즐겼는데, 요즘엔 일때문에 특별한 취미는 없다. 스누커를 치면서 어깨 통증이 심해져서 요즘은 재활 위주 필라테스를 한다.
▲좋아하는 선수나 롤모델은.
=영국의 여자 스누커 선수인 마리아 카탈라노를 좋아한다. 2015년 처음 스누커를 시작하고 대회에서 만나 경기를 해본 적 있다. 정말 잘 치고, 매너도 좋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반했다.
▲고마운 사람에게 한 마디.
=선수 생활하는데 도와주는 부모님과 오빠에게 항상 감사하다. 어려울 때마다 조언해주는 울산당구연맹 장호순 선수와 최유경 심판에게도 고맙다.
▲스누커 선수로서 목표가 있는지.
=한국에서 스누커 선수로 활동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5년 뒤에 열리는 ‘2030 도하아시안게임’ 여자 스누커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싶다. 시상식서 메달을 목에 건 모습을 상상하며 열심히 연습하겠다. [김기영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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