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내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아이에게 이야기 해 줄 정도로 특별하다.”
KBO리그 레전드들의 맞대결은 르윈 디아즈(삼성 라이온즈)에게도 큰 감명을 줬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9월 3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홈 경기에서 이범호 감독의 KIA 타이거즈를 5-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삼성은 74승 2무 67패를 기록, 정규리그 최종 순위 4위를 확정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거둔 ‘끝판대장’ 오승환의 은퇴 경기에서 거둔 결과라 더 뜻 깊은 성과였다.


4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선 디아즈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장타력을 뽐내며 삼성 승리에 앞장섰다.
초반부터 디아즈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1회말 1사 1, 3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우완 김태형의 3구 152km 패스트볼을 통타해 비거리 125m의 중월 3점 아치를 그렸다. 디아즈의 시즌 50호포이자 이날 경기의 결승포가 나온 순간이었다.
이 홈런으로 디아즈는 KBO리그 외국인 타자 최초로 한 시즌 50홈런과 마주하게 됐다. 또한 이번 경기 전까지 153타점을 기록, 처음으로 150타점 고지를 돌파했었기에 프로야구 역대 최초 50홈런-150타점을 올린 선수로도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이후 3회말 삼진으로 돌아선 디아즈는 5회말에도 KIA 좌완 불펜 이준영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8회말에는 좌익수 플라이로 돌아서며 최종 성적은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이 됐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디아즈가 일찌감치 3점 홈런을 쳐주면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 디아즈의 50홈런을 축하해주고 싶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디아즈는 “너무 기분 좋다.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좋다. 시즌 시작 전부터 열심히 달려왔다. 오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고, 또 (50홈런-150타점) 역사도 내가 첫 번째로 썼다.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를 정도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난 (9월 28일) 고척 키움전 끝나고 인터뷰를 했었다. 그때 내가 오늘(9월 30일) 마지막 홈 경기, 오승환 선배님 은퇴식에서 홈런을 쳐 50개를 채우고 가을야구 진출 확정이 된다면 정말 스페셜한 날이 될 거라 인터뷰 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그렇게 돼 너무 좋다”고 덧붙였다.
50홈런은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는 “야구장에서 전광판을 봤을 때 어떤 선수 홈런 숫자에 50이 써 있으면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TV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쳤든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쳤든 그런 숫자를 보면 많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나도 언젠가는 ‘50홈런을 치고 싶다. 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 했었다. 오늘이 그날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50호 홈런 공은 아직 챙기지 못했다고. 디아즈는 “아직 못 받았다. 어떤 팬 분이 잡으셨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 공을 갖고 싶긴 하다. 잡으신 분께서는 소장하거나 원하시는 게 있을 것이다. 팀이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오승환은 마지막까지 ‘끝판대장’다웠다. 9회초 모든 불펜 투수들의 인사 속에 마운드에 올라 오랜 동료였던 최형우를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오승환은 최형우와 인사를 나눴다. 이 장면은 디아즈에게 큰 감명을 줬다.


그는 “두 선수가 KBO리그 레전드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순간을 딱 봤을 때 같은 필드에 서 있는다는 사실 자체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먼 훗날 내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아이에게 이야기 해 줄 정도로 특별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MVP 레이스에도 불을 지핀 디아즈다. 당초 17승 1패 252탈삼진 평균자책점 1.89 승률 0.944를 기록, 외국인 투수 최초 4관왕을 노리고 있는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의 독주 체제였지만, 최근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존재감을 뽐냈다.
디아즈는 “MVP 싸움은 정말 좋은 레이스가 될 것이다. 올 한 해 제가 할 수 있는 건 싹 다 해놨다 생각한다.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저나 다른 선수 누가 받아도 솔직히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즌 끝나고 봐야 할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에서 폰세를 만난다면) 정말 좋은 매치업이 될 것이다. (지난 번에 만났을 당시) 폰세가 ‘너 상대하는 것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저도 똑같이 ‘나도 너 상대하는 것 진짜 어렵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무조건 좋은 매치업이 되지 않을까”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그는 “작년에 포스트시즌 경험했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작년에 못했던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작년에 못했던 것만큼 올해 꼭 우승을 하고 싶다. 팀을 믿고 있다. 우리는 정말 좋은 팀이다. 다른 것 생각 안 하고 우승만 바라보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대구=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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