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만 달러의 사나이’ 문서준(18)이 류현진(한화) 이후 대가 끊긴 코리안 빅리거 투수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문서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계약금 150만달러(약 21억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문서준 측의 에이전트사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해당 내용을 전했고, 토론토 구단 역시 공식 채널을 통해 “문서준과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문서준은 영상을 통해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무대를 토론토 블루제이스라는 최고의 구단에서 도전할 수 있어 영광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가겠다.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가족과 지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입단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고교 최대어 투수로 꼽힌 문서준이 류현진 이후로 자취를 감춘 빅리그 무대서 활약하는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장 196㎝의 장신에 최고 구속 155km/h의 포심패스트볼에 더해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의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문서준은 일찌감치 올해 고교 최대어 투수로 꼽혔다.
특히 고교야구 통산 24경기서 6승 2패 평균자책 2.18을 기록하면서 66이닝 동안 93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고교 레벨에선 적수가 없는 K-머신의 위력을 보여줬던 문서준이다.
토론토 구단 역시 문서준의 영입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앤드루 티니시 토론토 국제스카우트·야구 운영팀 부사장은 “문서준은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로 성장하기에 적합한 신체 조건과 다양한 변화구를 갖춘 유망주다. 우리 구단은 그에게 최적의 성장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며 “문서준이 꾸준한 노력으로 한국과 전 세계 팬에게 인정받는 투수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서준에게 토론토가 제시한 150만 달러는 상당한 수준의 몸값이다. 앞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고교 최고의 이도류 김성준(광주일고)은 12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한화로 약 21억 원 수준의 문서준의 계약금 규모는 지난 2023년 장현석(LA 다저스)의 90만 달러, 2022년 심준석(전 피츠버그) 75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은 금액이다.

문서준 영입에는 복수의 구단들이 뛰어들었는데 그 중에서 LA 다저스도 그에게 관심이 많았던 팀 가운데 한 명이다. 전체적으로 국제 유망주들의 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지난해 사사키 로키 드래프트의 여파로 보너스풀에 여유가 있는 구단이 다수 발생하면서 경쟁이 붙어 문서준도 수혜를 입었다.
국내 복수의 스카우트 관계자는 “문서준의 가장 큰 장점은 훌륭한 신장과 좋은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향후 구속을 비롯한 전체적인 완성도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미래 성장 가능성에도 높은 점수를 줬다.
이런 문서준이 류현진이 2013시즌부터 11년을 뛰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다시 빅리그 무대에서 뛰는 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당대 고교 최고의 유망주였던 심준석과 장현석, LG 트윈스의 전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 등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2023년 12월을 끝으로 토론토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거로의 커리어를 마친 이후 좀처럼 메이저리그서 활약하는 투수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야수는 김하성(애틀랜타),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LA 다저스) 등이 이름을 올려 계속 빅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고우석은 2년째 고전하며 여러 팀을 전전하며 마이너리그 레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장현석도 싱글A 수준으로 빅리그 승격까지는 많은 시간과 함께 더 좋은 성적과 확실한 성장이 필요할 전망이다.
심지어 160km/h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져 큰 관심을 받았던 심준석은 부상과 제구난 등으로 고전한 끝에 루키리그 레벨에서 최근 방출을 당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불렸던 고우석과 고교 최고의 재능으로 꼽힌 심준석과 장현석이 연달아 고전하면서 아쉬움이 커진 상황.
문서준이 이도류에 도전하는 김성준과 함께 이런 한국 야구팬들의 갈증을 씻어낼 수 있을까.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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