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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선수들만의 ‘쇼’?…바뀐 US오픈 혼합 복식에 복식 전문 선수들 반발

  • 박성렬
  • 기사입력:2025.08.20 10:55:00
  • 최종수정:2025.08.20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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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혼성 복식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사라 에라니와 안드레아 바바소리가 미국의 테일러 타운센드와 도널드 영을 꺾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 AP]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혼성 복식 결승전에서 이탈리아 사라 에라니와 안드레아 바바소리가 미국의 테일러 타운센드와 도널드 영을 꺾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 AP]

‘시범경기 같다’는 비판 속에 새 규정으로 치러진 US오픈 테니스 혼합 복식이 첫날 일정을 마쳤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스에서는 혼합 복식 16강 8경기와 8강 4경기가 열렸다.

이날 진행된 12경기 대부분은 1시간 이내에 끝났으며, 특히 잭 드레이퍼(영국)-제시카 페굴라(미국) 조가 다닐 메드베데프-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 조를 2-0(4-1 4-1)으로 꺾은 8강전은 불과 36분 만에 마무리됐다.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혼합복식에 스타 선수들의 참가를 늘려 대회 관심도를 확 끌어올리겠다며 운영방식에 큰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남녀 각각 32개 팀이 출전해 토너먼트 형식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올해부터는 출전 규모가 16개 팀으로 축소됐다.

경기 방식도 간소화됐다.세트 승부는 6게임 대신 4게임으로 단축됐으며, 두 세트에서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3세트는 10점 타이브레이크로 진행된다.

다만, 결승전에서는 기존처럼 6게임 단위로 경기가 열린다.

출전 선수 구성에서도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복식 전문 선수들이 주로 참가했지만, 이번에는 대회 조직위원회가 세계 정상급 단식 스타들을 직접 초청해 흥행성을 높였다. 이에 따라 카를로스 알카라스, 야닉 시너, 엠마 라두카누 등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하게 됐다.

상금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기존에는 혼합 복식이 다른 종목에 비해 낮은 상금 규모(20만 달러)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총상금 100만 달러(약 13억9000만원)로 크게 늘렸다.

이 같은 변화로 혼합 복식이 보다 대중적이고 흥행성 있는 이벤트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전문 복식 선수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그랜드슬램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단식 선수들이 하루 두 경기를 무리 없이 치를 수 있는 짧은 경기 방식 탓에 여자 단식 선수 카롤리나 무호바(체코)는 “시범경기 같다”고 평가했다.

특히 복식 전문 선수들은 단식 스타들이 ‘작은 기회’마저 빼앗아 간다고 비판했다. 이들에겐 이전 상금 20만달러도 선수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액수였다.

US오픈 혼합 복식에서 세 차례 우승한 제이미 머리(영국)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답답하다. 상금 100만 달러는 이미 충분히 벌고 있는 선수들의 차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 형식은 물론이고 스타 위주로만 출전 선수를 정한 것에 대해서도 주최 측이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혼합복식 16개 출전 조 중 8개 조는 선수들의 단식 랭킹 합산으로 결정했으며 나머지 8개 자리는 USTA가 와일드카드로 배정했다.

결과적으로 16개 조 가운데 혼합복식 전문 선수로 구성된 조는 안드레아 바바소리-사라 에라니(이상 이탈리아) 조 하나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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