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생 황재원은 한국축구를 이끌 풀백 중 한 명이다. 홍익대를 거쳐 2022년 대구FC에 합류해 4년째 활약 중이다. 대구 공격의 핵심이 세징야라면, 수비의 핵심은 황재원이다. 같은 해 U-23 대표팀에 승선하며 주축으로 활약했다. 2023년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돼 남자축구 3연패를 이끌었다. 지난해 6월에는 그토록 바라던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고, 곧바로 데뷔전을 치렀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황재원. 최근에는 유럽팀 이적설까지 흘러나왔다.
황재원은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원정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유럽팀 이적 제안에 대해 답했다.

그는 “정확히 제안이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구단을 통해 정식 제안이 없었다고 들었다. 저 역시 에이전트와 대화를 많이 나눴다”라며 “당연히 유럽 진출에 대한 마음은 크다. 친구들이나 동생들이 해외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저도 하루빨리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지금은 대구에 속해있고, 대구에 오로지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세리에A 승격팀 피사SC가 황재원에게 관심을 보냈다. 지난 6월 이탈리아 매체 ‘세스타포르타’는 “피사가 새로운 국가대표 출신 풀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상은 2002년생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황재원이다”라고 보도했다.
피사는 1909년 창단된 팀이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사가 연고지다. 이탈리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피사의 사탑이 구단 엠블럼에도 새겨져 있다. 피사는 지난 시즌 세리에B(2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해 세리에A(1부 리그)로 승격했다. 1990-91시즌 이후 34년 만이다.

피사의 주전술은 3백이다. 승격을 이끈 필리포 인자기 감독이 팔레르모로 향했지만, 새로 부임한 알베르토 질라르디노 감독 역시 3백을 중용한다. 황재원의 프로필은 적합했다. 매체에 따르면 피사는 3백에서 풀백,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황재원의 멀티성을 높게 평가했다. 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이 용이한 점을 짚었다.
피사 이적설이 흘러나오며 황재원의 행보에 관심이 커졌다. 이적이 성사된다면 안정환(페루자),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김민재(나폴리)에 이어 4번째 한국인 세리에A 리거가 탄생하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적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스타포르타’는 지난달 피사의 이적시장 현황을 다루며 황재원을 언급했다. 매체는 “K리그 이적시장은 24일 마감된다. 현재 황재원의 소속팀 대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의 영입은 결렬됐다”라고 전했다.


유럽 진출 가능성이 전해질 당시 황재원은 기초군사훈련으로 군에 입대했던 상황이었다. 예술체육요원의 경우 병역혜택이 확정된 후 1년 안에 무조건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해당 기간은 올여름이 마지막이었다. 황재원은 대구의 부진에도 어쩔 수 없이 입대해야 했다.
황재원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리를 비워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훈련소 수료 후 빨리 돌아와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팀의 반등이 필요하다. 상황이 좋지 않고, 저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유럽 진출보다) 지금은 대구가 먼저다. 해외 진출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이적설을 일축했다.

현재 대구는 3승 6무 16패(승점 15)로 리그 최하위다. 이어지는 부진 속 박창현 감독과 결별 후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지만,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14경기째 승리가 없다. 김병수 감독 역시 부임 후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상황이다.
황재원은 “이번 시즌이 진짜 고비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라며 “지금 우리는 여러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번 시즌 아직 원정 승리가 없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작년처럼 대구가 잔류를 위해 다시 한 팀으로 뭉친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앞선 기억을 되살려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루빨리 연속 무승을 끊어야 한다. 1승을 거둬야 한다. 승점 3을 따낸다면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상암(서울)=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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