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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다음날에도 연습장 찾는 셰플러, 디오픈 품었다

메이저 통산 4승·PGA 17승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눈앞
우즈 이어 차세대 황제 우뚝
"내 인생 최고의 집중력 발휘
우즈에 비해선 아직 부족해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가족"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7.21 18:00:51
  • 최종수정:2025-07-21 19: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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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티 셰플러가 디오픈 대회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코티 셰플러가 디오픈 대회 우승컵인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타고난 재능에 노력, 승부 근성까지 겸비한 최고의 완벽주의자가 탄생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PGA 챔피언십에 이어 디오픈까지 제패한 미국의 스코티 셰플러(29)다.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까지는 US오픈 딱 하나만을 남겨놓았다.

셰플러는 21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쳤다.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2위 해리스 잉글리시(미국)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PGA 투어 통산 17승째이자 메이저 통산 4승째다. 우승 상금으로 310만달러를 받은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콘페리투어를 거쳐 2019~2020시즌부터 PGA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셰플러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2021~2022시즌이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포함해 4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이 주목하는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이후에는 무섭게 우승컵을 수집했다. 2022~2023시즌 두 차례 정상에 오른 그는 지난해 7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더하면 우승을 차지한 횟수는 8번이나 된다.

올해도 셰플러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손바닥 부상으로 2월이 돼서야 복귀한 그는 곧바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 앞서 PGA 챔피언십, 더CJ컵 바이런 넬슨, 메모리얼 토너먼트까지 정복했고 페덱스컵 랭킹과 남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모두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지난 4년간 디오픈에서 25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던 셰플러는 올해 그토록 바라던 클라레 저그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셰플러는 "디오픈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기는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최종일 8번홀에서 더블보기가 나왔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차분함을 유지한 덕분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인생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디오픈 우승을 차지해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3세 때 골프를 시작한 셰플러는 텍사스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018년 6월 프로로 전향했다. 아마추어 시절 맹활약을 펼친 만큼 찬란한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다.

그러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없어 월요 예선과 미니투어를 전전해야 했다. 당시 PGA 투어의 3부 격인 캐나다 매켄지투어 한 대회에서 대기 순번 100번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전엔 포기는 없었다.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한 결과 이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비교되는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100주 연속 세계랭킹 1위와 54홀 선두 시 10연속 우승 등이 대표적이다. 셰플러가 우즈의 뒤를 이어 새로운 골프 황제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확실한 목표 의식에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집중력과 노력하는 완벽주의자적 면모가 그를 세계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올려놓았다.

셰플러를 6세 때부터 지도하고 있는 랜디 스미스 스윙코치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한 가지 목표가 생기면 어떻게든 이뤄냈던 게 셰플러다. 어렸을 때부터 셰플러의 목표 의식과 승부욕은 남달랐다.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자세를 갖추고 있던 선수가 셰플러인데 꾸준히 노력한 끝에 세계 최고가 됐다."

셰플러는 스윙 동작 등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골프의 본질을 생각하는 선수라는 평가도 뒤따랐다. 스미스 스윙코치는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는 스윙을 계속해서 가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공이 놓여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골프라는 스포츠의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셰플러가 기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자였다면 지금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플러가 앞으로 US오픈 정상에 오르면 골프 역사상 첫 골든 그랜드슬래머이자 역대 7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셰플러는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인 만큼 아직까지 새로운 기록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메이저 통산 15승을 거둔 우즈와 비교되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는 이제 메이저 4승을 거둔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우승을 차지한 다음 날에도 연습장과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는 것으로 유명한 셰플러다. 그는 "인생의 본질적인 만족은 우승에서 오는 게 아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가족"이라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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