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기자회견] 지난시즌 개인사정 등 악재 겹쳐,
“옛날 것 버리고 새로운거 배우는 중”
성적 부진으로 가족들에게도 미안
6일 열린 하나카드LPBA챔피언십 결승. 스롱 피아비 얼굴은 간간히 미소를 띠며 밝은 표정이었다. ‘절친’ 김보라와의 경기여서 더욱 마음이 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오른 결승무대가 내심 반가웠을 수도 있다. 불과 한두 시즌전만해도 김가영의 유일한 라이벌이었다. 최다우승 1위를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지난시즌을 계기로 격차가 확 벌어지며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스롱피아비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따라서 6일 결승전에서 비친 스롱피아비 모습은 스스로 뭔가 만족해하며 자신감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시상식 후 기자회견 내용을 소개한다.
△오랜만에 우승이다.
=꿈을 이뤘다. 너무 행복하다. 정말 힘든 경기였다. 친구(김보라)랑 재밌게 하고 싶었는데, 경기 도중 공이 맞지 않을 때가 너무 많았다. 그래도 마지막 1~2점 쫄깃쫄깃한 상황이 펼쳐졌다.
△우승을 많이 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꿈을 이뤘다는 말이 어색하다.
=우승을 많이 하다가, 지난 시즌 우승을 못해 불안한 마음이 컸다. 또다른 상황들이 겹치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우승을 못하는 선수가 됐나’라는 걱정을 했다. 이제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려고 한다. 꼭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1년5개월 만에 드디어 이뤄냈다.
△지난해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개인 사정이라 많은 부분은 말할 수가 없다. 다만 이사때문에 청주, 일산, 당진을 오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먼 거리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일산으로 이사와야 연습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에, 마음먹고 일산에 숙소를 구했다. 남편은 당진에 있다. 두 채를 구매하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캄보디아 사업도 진전이 없어 경제적인 타격도 있었다. 봉사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악재가 계속 겹쳤다.
△친한 선수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고.
=경쟁하는 선수이기도 하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다. 힘든 시간을 보낼 때 먼저 연락을 해줬다. 고마운 마음이다. 남편도 당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공장에서 많이 일하는데,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더운 공장에서 일을 한다. 나는 무조건 당구를 잘쳐서 성공하겠다는 마음이다. 남편이 잘못하더라도 따지려 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 잊고 새로운 길을 가자는 생각이다.
△심리적인 부분 외에 당구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지금은 성남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제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새로운 선생님한테 두 달 정도 배우면서 많이 터득하고 있다. 이전에는 당구를 칠 때 억지로 내가 잘하는 공을 노렸다. 이제는 새로운 길, 높은 확률로 성공할 수 있는 공격을 노리려고 한다. 옛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한다.
△(올시즌) 한 차례 우승했는데, 앞으로 목표는.
=이번 우승으로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낀가. 앞으로도 더 웃고 싶다. 꿈을 이루고 싶다. 지난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못내 캄보디아에 많은 돈을 보내지 못했다. 좋은 성적을 내서 가족들이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족에게) 용돈도 보내고 싶다. 내년에는 가족과 조카를 한국으로 초대할 예정이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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