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36·포항 스틸러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기성용은 7월 3일 포항 이적을 확정했다.
기성용은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기성용은 2006년 FC 서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셀틱 FC(스코틀랜드),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요르카(스페인) 등을 거쳤다.



기성용은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맹활약했다.
기성용은 세 차례 월드컵(2010, 2014, 2018) 포함 A매치 110경기에서 뛰며 10골을 기록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선 한국의 첫 원정 16강 진출에 이바지했다. U-23 대표팀에서 뛰었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선 한국 남자 축구 최초 메달(동메달) 획득에 앞장섰다.
기성용은 2020년 여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기성용이 K리그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성용이 4일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포항 입단 소감.
먼저,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포항에 온 지 이틀 됐다. 선수들하고 거리낌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과 포항 시민들이 정겹게 맞이해 주셨다. 그 덕분인지 포항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 같다. 훈련장을 비롯한 시설들이 아주 좋다. 숙소, 식당 등도 있어서 만족스러운 것 같다. 어색한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빨리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Q. 서울에서만 10년 뛰었다. K리그에서 서울이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포항 유니폼을 입었을 땐 어색했다. 그게 당연한 거다. 10년 동안 한 팀에만 머물렀다. 새로운 팀으로 향한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포항 이적을 결심하고 와 보니 구단 직원, 선수, 코칭스태프, 감독님 등 인연이 있는 분이 많다. 친근감을 많이 느꼈다.

Q. 직접 느껴 본 포항은 어떤가.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렸지만, 내게 포항이란 도시는 낯설지 않다. 영국에 있을 때 스완지, 선덜랜드에서 뛰었다. 스완지, 선덜랜드, 포항의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 영국에 있을 때가 많이 생각났다. 내가 스완지, 선덜랜드에서 뛸 때 어떤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돌아봤다. 바다가 보이니까 옛 생각에 더 잠긴 것 같다.
Q. 포항에서 꼭 얻고 싶은 건 무엇인가.
선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선수들이 “포항은 훈련 시설이 좋다.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한다. 포항은 전통이 있는 팀이다. 훌륭한 선수를 여럿 배출했다. 성적도 꾸준히 내고 있다. 포항에 오자마자 느낀 건 선수들과 감독님,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이 ‘끈끈하다’는 거다. 서로 배려하면서 팀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포항은 영국과 비슷한 환경인 것 같다. 어제 경기장에서 사진을 찍으면서도 전용구장이 주는 좋은 느낌을 받았다. 포항은 잔디 관리도 잘하는 팀이다. 전용구장의 최고 장점은 팬들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거다. 원정으로 왔을 때부터 많이 느꼈던 거다. 선수들은 전용구장에서 팬들의 함성과 응원을 더 크게 받는다.

Q. 포항에 인연 있는 사람이 많지 않으냐.
박태하 감독님은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 함께했었다. 박태하 감독님이 당시엔 국가대표팀 코치였다. 나는 선수로 원정 첫 16강 진출에 이바지했다. 당시 박태하 감독님과 2년 6개월 정도를 함께했다. 코칭스태프 중에선 김치곤 코치님과 선수 생활을 같이했다. 김성재 코치님과도 인연이 있다. 내가 유럽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같이 생활했던 분이다.
선수 중에선 둘도 없는 사이인 (신)광훈이 형이 있다. (김)인성이나 (박)승욱이는 경기를 치르면서 가까워진 사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경기를 여러 번 치렀었기에 익숙하다.
Q. 포항에 와서 보낸 이틀은 어땠나.
서울에서 10년 뛰었다. 여러 걱정이 앞섰다. 기우였다. 직원분들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이것저것 많이 시키시더라(웃음). 환경은 전혀 걱정할 게 없는 것 같다. 적응하기가 아주 쉬운 듯하다. 어제 선수들하고 처음 인사를 나눴다. 박태하 감독께선 내가 선수들과 빨리 친해져서 포항 문화에 녹아들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나도 선수들에게 다가가겠지만, 선수들도 서슴없이 다가와 줬으면 좋겠다. 어린 친구들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했다. 서울에 있을 때도 그랬다. 어린 친구들의 발전을 돕고 싶다. 내가 가진 경험, 지식을 줄 수 있는 만큼 전해주고 싶다. 물론, 어린 친구들이 내게 먼저 다가오는 건 쉽지 않을 거다. 나이 차를 비롯해 어려운 점이 많을 거다. 내가 먼저 다가가겠다. 최대한 빨리 포항만의 문화에 녹아들겠다.

Q. 포항 이적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올해 동계 훈련을 준비하면서 ‘마지막’이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준비했다. 올해는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서울에서 팬들과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었다. 가족에게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경기장에 많이 와달라”고 했었다. 올 시즌 초반엔 컨디션이 좋았다. 다치기 전까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부상을 당한 이후 힘든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이란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부상 회복을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경기에 나서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서울에선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고민을 거듭했다. 처음엔 은퇴를 생각했다. 다른 곳에 가는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았다.
도전을 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내 딸이다. 딸아이가 힘들어하더라. 딸이 내게 “왜 경기 안 나가”라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딸을 설득했다. 딸에게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젊은 삼촌들이 뛰는 게 맞다”라고 했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딸에게 은퇴를 얘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딸도 힘들어했다. 그걸 지켜보는 것도 정말 힘들었다. 언젠가는 은퇴하는 날이 올 것이다. 누구든 온다. 아이에게 이 얘길 하니 너무 힘들어하면서 “아빠가 조금 더 뛰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여기서 마음이 흔들렸다.
두 번째는 대표팀이다. 대표팀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부상으로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마친 거다. 대표팀에서 10년 이상 활약했다. 그러면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았다. 추억도 많다. 지금도 대표팀 은퇴를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대표팀 마지막 경기를 부상으로 마친 건 시간이 갈수록 아쉽다.
이번에도 내가 은퇴를 택했다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게 됐다. 축구 인생 마지막 경기를 햄스트링 부상으로 마쳤다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았다. 이 두 가지가 나를 도전으로 이끌었다. 지금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 계속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몸 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좋다.
4월 12일 대전하나시티즌전이 나의 마지막 공식전이다. 경기 감각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다. 다만, 몸이 올라온다면, 올해 초 보여줬던 능력들을 보여줄 자신이 있다. 그렇게 믿고 있는 까닭에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언제가 마지막이 될진 모르겠다. 다만, 항상 나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에게 허무한 모습이 아닌 멋진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Q.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는 건가.
지금은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시즌 시작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다만, 올 시즌 후반기가 어떻게 될진 모른다. 변화가 있다면, 고민은 해볼 수 있다. 당장은 시즌 초 정해놨던 계획에서 변한 건 없다. 올해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뛰는 게 현재 나의 목표다.
Q. 포항과 여러 차례 붙어봤다. 상대로 마주했던 포항은 어떤 팀으로 기억되나.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포항전은 항상 어려웠다. 경기 내용에서 매번 밀렸던 것 같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승률이 높았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다. 스틸야드에서 경기하면 항상 재밌기도 했다. 전용구장이다 보니 팬들의 응원이 다른 구장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포항은 잔디도 좋다. 포항에서 경기하면 늘 행복했던 것 같다.
포항만의 분위기가 있다. 포항은 철학도 확고한 팀이다. 포항이 좋은 선수를 계속해서 배출하고 있는 비결이 아닌가 싶다. 이 역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포항의 일원이다. 포항의 철학을 공유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포항 팬들이 기성용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어제 사진 촬영 등 여러 가지를 했다. 구단에서 많은 걸 시키시더라. 첫날부터 많은 걸 요구하신다는 걸 느꼈다. 이런 것들이 나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어제 밥을 먹으러 갔더니 식당 아주머니께서 크게 반겨주셨다. 사인도 받으셨다. 서울에서도 느끼긴 했지만, 포항에선 더 많은 분이 격하게 반응을 해주시는 것 같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나는 포항이란 도시에 연고가 없다. 내 인생에선 새로운 도시다. 팬들의 사랑은 그런 내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어제 많은 분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해달라”고 하셨다. 휴식기 후 첫 경기가 홈 전북 현대전이다. 중요한 경기다. 전북엔 영국에서 함께했던 거스 포옛 감독님이 계신다. 여러모로 특별한 경기가 될 듯하다.
그렇다고 ‘더 잘하려’고 하진 않을 거다. 나에게 주어진 역할, 상황, 컨디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박태하 감독님과 상의를 해봐야 할 거다. 오베르단이 퇴장 징계로 전북전에선 뛸 수 없는 것으로 안다. 미드필더가 부족한 상황이다. 2주 남았다. 잘 준비하겠다. 데뷔전이 된다고 하면, 포항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단, 무리는 하지 않겠다. 무리하면 역효과가 나더라. 상황을 잘 판단해 감독님과 상의하겠다.

Q. 울산 HD 이청용과 ‘동해안 더비’를 펼치게 됐다.
기대된다. (이)청용이가 이번 이적 과정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해줬다. 청용이가 아쉬움도 표현하더라. 다 지난 일이다. 이젠 라이벌로 만난다. 서울에 있을 때도 울산전은 특별했다. 포항에선 더 특별한 경기다. 준비를 잘해야 한다. 청용이는 친구지만, 존경하는 선수다. 여전히 좋은 기량을 보인다. 항상 대비해야 한다. 청용이와 가까이 지내게 됐다.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겐 또 하나의 기쁨이지 않나 싶다.
Q. 10월 18일 서울 원정이 있다.
아직 거기까진 그려보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울은 내게 아주 소중한 팀이다. 서울의 많은 팬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서울로 다시 돌아왔을 때의 목표는 하나였다. 팬들의 사랑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다. 노력을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겨드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아쉽다. 이번 이적 과정에선 많은 팬이 상처받고 힘들어하셨다. 나도 그게 너무 힘들었다. 팬들이나 나나 너무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하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원정 라커룸을 써본 적이 없다. 새로운 팀에 왔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서울 팬들에게도 보답하는 길인 것 같다. 서울이란 팀도 좋은 성적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 그게 서로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그라운드를 누비는 1분 1초가 소중할 것 같다.
항상 고민한다. 오래전부터 은퇴를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누구든지 기량이 떨어진다. 어떤 선수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어느 시점에 은퇴해야 할지 고민을 해왔다. 서울로 돌아온 5년 동안 항상 고민했었다. 특히나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베테랑이나 이름값 있는 선수들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그거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나이를 점점 먹고 있다. 훈련하는 시간부터 경기장에 들어가서 뛰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다. 그런데 이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다. 내가 새로운 도전을 택한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선 내가 몇 분이라도 뛸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히 컸다.
내가 ‘무조건 선발로 나가야 한다’거나 ‘90분을 뛰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단 몇 분이라도 뛸 기회가 있었다면, 나는 서울에 남았을 거다. 그런 기회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박태하 감독께 감사하다. 감독님이 보내주신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팀에 오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복잡했던 마음이 싹 풀렸다. 내겐 1분 1초가 아주 소중하다. 남은 경기에서 몇 분을 뛸진 모르겠다. 몇 분을 뛰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하면, 팀에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

Q. 신광훈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광훈이 형이 예전엔 내게 “축구화 좀 보내달라”고만 했었다. 축구화 필요할 때만 연락한 형이었다(웃음). 이젠 계속 붙어있다. 포항이란 팀이 어떤 팀이고, 어떤 훈련을 하며, 경기장에선 어떤 경기를 펼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광훈이 형이 포항 맛집도 가르쳐주고 있다.
광훈이 형과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친했다. 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다. 내가 많이 의지하는 선배이기도 하다. 지금도 광훈이 형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 나는 포항에 도움을 주고 싶다. 경기장, 훈련장에서 빨리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래서 더 훈련, 경기 방식 등을 광훈이 형에게 물어보는 것 같다.
Q. 신광훈은 “(기)성용이와 내년까지 같이 할 것”이라고 하던데.
광훈이 형이? 본인이 ‘내년까지 뛴다’고 하나(웃음). 광훈이 형과 그 부분에 관해서 나눈 이야기는 없다. 내 계획은 앞서 말씀드린 것과 마찬가지로 동계 훈련 때 정해놓은 그대로다. 광훈이 형과 이야기를 계속 나눠보겠다. 올 시즌 후반기를 보고, 이 부분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광훈이 형과 좋은 시너지가 난다고 하면 모르겠다. 고민할 만한 부분이라고 본다. 그게 아니라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 후반기가 내겐 정말 중요하다.

Q. 포항엔 어린 선수가 많다. 어떻게 소통할 생각인가.
나는 선수들과 축구 얘기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물론, 선수들은 힘들어할 수 있다(웃음). 나는 내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내가 어린 선수들보다는 앞서서 길을 걸어왔다. 지금 어린 선수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이다. 어려운 고민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
포항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가 많다. 이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자기 실력을 내보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싶다. 유럽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가 있다면, 옆에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린 친구들이 나를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축구 얘기하면서 가까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게 제일 중요한 건 그라운드 안이다. 나는 경기장 안에서 항상 솔선수범해야 한다. 내가 더 열심히 하면,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다. 그라운드 밖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린 선수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 특히 어떻게 하면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갔으면 한다. 돌아보면, 이런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더 어린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Q. 여전히 축구가 재밌나.
나는 아직도 축구가 좋다. 아주 재밌다. 몸만 예전 같았으면, 은퇴를 고민하진 않을 거다. 계속 축구를 할 거다. 축구는 내게 즐거움이다. 나는 축구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재밌다. 좋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요즘 대표팀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후배들이 좋은 팀에서 뛰고 있다. 후배들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경험하고 있다.
나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후배들에게 물어본다. 나는 그렇게 더 발전하는 것 같다.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진 모르겠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내겐 큰 공부가 되고 있다. 축구는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걸 다른 이가 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가서 물어본다. 그러면 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는 내게 큰 자산이다.
비시즌 유럽에서 감독님들을 만나는 것도 후배들 덕분이다. 후배들이 기회를 열어줬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더 감사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아직 개막 전이다. 여가 시간에 할 일이 줄어든 시기다. 빨리 EPL이 개막했으면 좋겠다. 경기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한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선수로선 얼마 남지 않았지만, 지도자든 행정가든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나아갈 길을 계속 준비해야 한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Q. 목표가 무엇인가.
선수로서 큰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땐 팬들에게 꼭 우승컵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노력을 참 많이 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우승을 안 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다만, 지금 나는 그라운드에 설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태하 감독께선 내게 기회를 주셨다. 꼭 보답하고 싶다. 나를 믿어주는 포항 모든 구성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다 쏟아내겠다. 이게 나의 가장 큰 목표다. 그러다 보면 좋은 시너지가 나서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포항이 좋은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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