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가 아직 끝나기도 전인데 칼 롤리(28)가 34·35호 홈런을 연거푸 쏘아올리며 레전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의 포수 롤리가 마침내 구단의 전설인 켄 그리피 주니어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롤리는 5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서 홈런 2방을 쏘아올리며 개인 시즌 34·35호 홈런을 연이어 기록했다.
이로써 롤리는 35홈런으로 전반기 종료를 앞두고 1998년 그리피 주니어가 세운 바 있는 시애틀의 전반기 개인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해당 홈런으로 롤리는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 자리도 굳건히 지키며 애런 저지(32홈런, 뉴욕 양키스), 오타니 쇼헤이(30홈런, LA 다저스)와의 경쟁자들과의 격차도 벌렸다.

‘청정 홈런왕’으로 알려진 시애틀의 역사적인 레전드 그리피 주니어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그리피는 시애틀 출신으로 통산 630홈런을 기록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동시에 역대 가장 위대한 타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또한 그리피 주니어는 동시대에 활약했던 슬러거들이 거의 대부분 약물스캔들과 연루된 것과 달리 해당 이력과는 관련 없는 깨끗한 커리어를 보냈다. 젊은 나이부터 천재 타자인 동시에 최고의 수비수이자 허슬플레이어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부상에 시달렸던 선수 경력 후반기에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좋은 성적을 올렸던 다른 경쟁 타자들과 달리 성적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운 커리어로 은퇴하면서 ‘청정 홈런왕’이란 이미지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그런 그리피 주니어의 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 롤리에겐 가장 큰 영광이었다. 롤리는 경기 종료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그리피는 내게 가장 상징적인 인물이나. 그런 레전드와 함께 내가 언급되는 것만으로 축복”이라며 “나는 선수 생활 내내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고,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거듭 레전드의 뒤를 따르게 된 기쁨을 전했다.

그리피 주니어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롤리는 “그는 부상만 없었다면 배리 본즈를 넘어 홈런 기록을 세웠을 것”이라며 “그리피 주니어가 클럽하우스에 올때마다 대화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전화 통화도 몇 차례 한 적이 있다”며 자신의 영웅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피 주니어는 2016년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종전 최고 득표율이었던 톰 시버의 98.82%를 넘어 99.32%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세우며 첫 해 입성자가 됐다. 또한 매리너스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 선수로 지정되기도 했다. 롤리 역시 그런 그리피 주니어처럼 시애틀의 레전드가 되길 원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6년 1억 500만달러(약 1433억원)의 장기 계약을 맺은 롤리는 올 시즌 홈런 외에도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에서도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대형계약의 완벽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롤리는 “매일 최선을 다해서 내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하고 싶다. 또한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의 책임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는 것이 내 장점이다. 하지만 홈런을 일부러 노리기보단 좋은 공이 아니면 안타를 쳐내는 식의 방법도 배우고 있다”며 타자로서 진화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스위치히터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과 포수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은 모두 갈아치웠다. 시애틀 구단 역대 전반기 최다 홈런 타이 기록에 이어 이제 남겨둔 것은 단독 기록과 함께 메이저리그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이다. 해당 기록은 2001년 배리 본즈가 세웠던 39개다. 해당 시즌 본즈는 73개의 홈런을 때려내면서 역대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시애틀이 전반기 8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롤리가 해당 타이 기록을 세우는데 까진 4개, 경신까지는 5개의 홈런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즈의 전반기 및 최다 홈런 기록은 사실상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 등의 약물 사용으로 세워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만큼 롤리의 전반기 최다 홈런 경신 기록 도전은 그완 다른 의미를 지닐 전망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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