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려와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천성호(LG 트윈스)가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이강철 감독의 KT위즈를 4-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LG는 43승 2무 31패를 기록, 1위 한화 이글스(44승 1무 30패)에 1경기 차 뒤진 2위에 위치했다.


7번 타자 겸 1루수로 나선 천성호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결정적인 순간 존재감을 드러내며 LG 승리에 힘을 보탰다.
2회초와 5회초, 6회초 각각 2루수 플라이, 중견수 플라이, 2루수 플라이로 돌아선 천성호는 LG가 2-3으로 뒤지던 9회초 매섭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마무리 투수 우완 박영현의 초구 146km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생산했다. 이어 구본혁의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했고, 박영현의 폭투가 나오며 동점 득점을 올렸다.
이는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이후 LG는 신민재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고, 마무리 투수 유영찬이 9회말을 실점없이 막으며 소중한 승전보에 마침표를 찍었다. 천성호의 이날 최종 성적은 4타수 1안타 1득점이었다.
무엇보다 친정팀을 상대로 일궈낸 결과였기에 더 값진 성과였다. 우투좌타 내야 자원 천성호는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2번으로 KT에 지명된 뒤 요 근래까지 마법사 군단에서 활약했다. 이날 전까지 통산 성적은 213경기 출전에 타율 0.265(412타수 109안타) 1홈런 29타점 9도루였다.

이후 그는 최근 트레이드를 통해 김준태와 함께 LG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다. 좌완 임준형이 KT로 향하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이날 이적 후 첫 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을 품에 안은 LG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 후 천성호는 “첫 타석부터 너무 치고 싶어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때 (박)해민이 형이 ‘친정 팀 상대로 너무 잘하고 싶은 것 같다. 좀 가볍게 쳐라’라고 하셨고, (김)현수 형도 조언해주셨다. 덕분에 타석이 지날수록 편하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너무 안타를 치고 싶었고, 빨리 하나 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저 혼자 쫓겼는데, 마지막 타석은 ‘못 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박)영현이 패스트볼이 좋으니 패스트볼을 치고자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배시시 웃었다.
LG에게 있어 천성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젊고 유망한 내야수들이 비교적 많지만, 이들이 성장할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성호가 큰 존재감을 보인다면 최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는 LG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천성호는 “잘하라고 (KT에서) 보내주셨는데, 못하면 보내준 분들도 속상할 거라 생각한다. LG가 저를 데려와 주신 거니까 ‘데려와서 잘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