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한 2025 세계유도선수권에 참가하는 허미미를 최근 송파구 한국체대 승리관에서 만났다. 허미미가 출전하는 여자 57㎏급 경기는 15일에 열린다.
허미미는 "작년 전국체전 이후 처음으로 대회에 나간다. 그동안 일본에 있는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3세로 일본 와세다대 스포츠과학부에서 공부하며 국가대표 활동을 병행한 그는 지난 2월 졸업했다. 허미미는 "솔직히 운동과 공부를 함께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느라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졸업하고 나니까 뿌듯하고 기뻤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허미미는 지난해 한국 여자 유도 선수로 29년 만에 세계선수권을 제패하고, 파리올림픽에서 개인전(57㎏급) 은메달, 단체전 동메달을 획득해 스타 반열에 올랐다. 고(故) 허석 의사의 5대손이라는 사실로 더 주목받았다. 허석 의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경북 지역에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다. 허미미는 "손녀가 한국 국가대표가 됐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2022년부터 한국 대표로 맹활약 중이다.
허미미는 "올림픽 이후 밖에 놀러나가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말도 걸어주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데 신기했다. 특히 체육관에 가면 어린이들이 나를 보고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나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후에 힘든 시기도 있었다. 허미미는 지난해 11월 왼쪽 어깨 인대 수술을 받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오랫동안 어깨가 안 좋아서 수술을 미루다 하게 됐는데 많이 힘들었다"면서 "처음 수술을 겪다보니 두려움도 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다시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걱정했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허미미가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파리올림픽에서 선보였던 자신의 경기력을 떠올리면서다. 그는 "유튜브 영상으로 남아 있는 내 경기를 보면서 '다시 이런 무대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금메달은 아니었어도 파리올림픽 때 경기를 보면서 나 스스로 '멋있다'고 느껴지더라. 힘이 났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직후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현조부' 허석 의사의 묘소를 찾아 올림픽 은·동메달을 바쳤던 허미미는 "다음 목표는 내년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더 먼 미래에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이라면서 "가족들과 함께 가장 빛나는 메달을 할아버지께 보여드리겠다. 그때까지 내 모든 걸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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