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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라이브] “목표는 언더파 아닌 이븐파”…톱골퍼들도 벌벌 떨게한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메이저 US오픈 12일 개막
단단하고 빠른 유리알 그린
내리막에선 보기 각오해야
탈출 어려운 5인치 넘는 러프
USGA·오크몬트 만반의 준비
“우승자 예상 성적은 오버파
행복감 느끼는 선수 없을 것”

  • 임정우
  • 기사입력:2025.06.12 03:13:35
  • 최종수정:2025-06-12 09: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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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US오픈 12일 개막
단단하고 빠른 유리알 그린
내리막에선 보기 각오해야
탈출 어려운 5인치 넘는 러프
USGA·오크몬트 만반의 준비
“우승자 예상 성적은 오버파
행복감 느끼는 선수 없을 것”
US오픈 연습라운드가 진행된 10일 임성재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US오픈 연습라운드가 진행된 10일 임성재가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전세계에서 골프를 가장 잘친다고 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US오픈. 제125회 대회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선수들은 라운드당 목표 성적을 언더파가 아닌 이븐파로 잡았다.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서 가장 어렵다고 꼽히는 골프장 중 하나인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인근의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10번째 US오픈을 개최하게 된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은 올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1903년 개장 당시 골프장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USGA는 길 한스 코스 설계가와 손을 잡았다. 2023년 3월 처음 시작된 작업은 7개월 뒤인 10월에 마무리됐다. 이후에는 리노베이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인 작업이 이루어졌고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악몽을 선사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한스 설계가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앞서 열렸던 2016년과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꼽은 건 20% 넓어진 그린과 250야드 길어진 전장, 달라진 벙커의 위치 등이다. 한스 설계가는 “2016년에 이어 올해도 경기를 하게 된 선수들은 이전과 달라진 오크먼트 컨트리클럽을 단 번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남자골프 세계랭킹 스코티 셰플러(미국) 등은 일찌감치 현장을 찾아 연습 라운드를 소화했다. 임성재와 안병훈, 김시우, 김주형 등 한국 선수들도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구석구석까지 파악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연습 라운드를 돌아본 뒤 보인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디섐보는 “지금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골프장 중 난도가 가장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셰플러는 “그동안 US오픈을 개최했던 어떤 골프장보다도 난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은 “버디를 잡을 수 있는 홀이 단 한 개도 없다. 대신 단 한 번의 실수로 더블 보기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홀은 정말 많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USGA는 이번 대회 기간 그린 스피드가 4m가 넘고 러프는 5인치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프 홀 USGA 전무이사는 “그동안 US오픈이 개최된 여러 골프장 중에서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이 가장 어렵고 선수들을 힘들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정신과 육체적으로 모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정말 많을 것”이라며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US오픈 우승컵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힘든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상징과도 같지만 한 번 빠지면 타수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특별한 벙커도 있다. 3번홀과 4번홀 사이에 위치한 교회 의자 벙커(Church Pew Bunker)다. 3번홀과 4번홀 모두 페어웨이 왼쪽에 자리해 있는 교회 의자 벙커를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길이와 넓이가 각각 102야드와 43야드에 달해 시각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여기에 벙커 안에 13개의 잔디 능선이 배치돼 있는 만큼 교회 의자 벙커에서 매년 많은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3번홀과 4번홀 사이에 위치해 있는 교회 의자 벙커. 임정우 기자
오크몬트 컨트리클럽 3번홀과 4번홀 사이에 위치해 있는 교회 의자 벙커. 임정우 기자

전장이 289야드에 달하는 파3 8번홀도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홀 중 하나다. 2016년 8번홀에서 나온 버디 갯수는 단 24개에 불과하다. 그린 적중률은 36%에 불과했고 나흘간 평균 성적은 3.304타로 기록됐다.

임성재는 “250야드가 넘는 파3홀을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캐리로 300야드를 쳐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람이 어떻게 부는지에 따라 선택하는 클럽이 달라질 것 같다. 나흘간 이븐파를 적어내면 엄청나게 만족스러울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200여개의 벙커와 코스 곳곳에 숨어있는 배수로 등까지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올해 우승 예상 성적은 오버파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더스틴 존슨(미국)은 4언더파 276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의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1994년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각각 5오버파 285타, 이븐파 280타로 우승컵을 품에 안은 바 있다.

존 보덴해머 USGA 챔피언십 최고 책임자는 “선수들의 캐디백에 들어있는 14개 클럽 모두를 더럽히는 건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올해는 어떤 일들이 이곳에서 벌어질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오크먼트 컨트리클럽 역시 전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골프장으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골프장 회원들도 USGA와 오크먼트 컨트리클럽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존 린치 오크먼트 컨트리클럽 회장은 “회원들이 올해 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몇 가지 의견을 전달했다. 그 중 하나가 우승자 성적을 오버파로 만드는 것”이라며 “러프의 길이를 5인치 이상으로 유지하고 빠른 스피드도 회원들이 강조한 것들이다. 그린의 스피드를 측정하는 스팀미터가 오크먼트 컨트리클럽에서 만들어진 만큼 올해도 빠른 스피드도 인해 그린 위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크몬트 임정우 기자

오크먼트 컨트리클럽은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 난도를 높였다. 임정우 기자
오크먼트 컨트리클럽은 페어웨이와 러프의 구분을 확실하게 해 난도를 높였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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