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간 3일 빼고 훈련해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 은메달
내년 9월 아시안게임 준비 돌입
금메달·1500m 韓 신기록 도전

아무리 잘해도 3위에 그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재웅(22)이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기적의 레이스를 펼치며 은메달을 따냈다.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 중거리의 희망으로 떠오른 그는 곧바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재웅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 지난 6개월간 훈련에 매진했다. 휴식을 취한 날이 단 3일밖에 되지 않는데 노력의 결과가 은메달로 이어진 것 같다. 아시아에서 내 실력이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만큼 다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획득한 건 이재웅이 세 번째다. 1995년 자카르타 대회 김순형의 동메달 이후 약 30년 만에 나온 남자 1500m 메달인 만큼 한국 육상계도 이재웅의 이번 대회 성적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재웅은 만족하지 않았다. 1위를 차지한 이자와 가쓰토(일본)와의 격차가 0.23초 밖에 되지 않은 만큼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 결승선을 2위로 통과했을 때는 마냥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다음날부터는 1등을 놓쳤다는 아쉬움에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는 느끼지 않도록 더욱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육상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이재웅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한 건 2019년이다. 3분 44초 18의 기록으로 한국 고등학교 선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아시아청소년육상대회까지 제패한 그는 당시 18세 이하 남자 1500m 세계 4위, 아시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 개인 최고 기록을 3분 41초 13으로 갈아치우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그는 올해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2위를 차지하며 성인 무대에서도 자신의 실력이 통한다는 것을 증명한 그는 일찌감치 다음 목표를 설정했다. 내년 9월에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자 1500m 신기록을 작성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이다. 김순형이 1993년 작성한 3분 38초 60은 3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다.
이재웅은 “세상은 1등 밖에 기억하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기록을 단축해 한국 신기록을 세우면 자연스럽게 금메달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육상이 여전히 경쟁력 있다는 것을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 시상대에 오르기 위해 대학 진학을 미루고 실업팀에 입단한 그는 계속해서 모든 선택을 육상에 맞춰 내릴 예정이다. 그는 “지금은 운동에 전념해야하는 때라고 생각해 머릿 속에서 휴식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내년 아시안게임이 끝나기 전까지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뒤 마음 편하게 쉬어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꼭 우상혁처럼 한국을 넘어 전세계가 주목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높이뛰기에서 한국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우상혁 선배를 보고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나 역시도 세계적인 수준에 가까워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육상의 위상을 높이는 날까지 더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