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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샷으로 인한 화, 분노… 리셋 버튼 누르는 법

  • 매경GOLF
  • 기사입력:2025.06.05 16:00:51
  • 최종수정:2025-06-05 17: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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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 동안 굿샷만 하다 끝나는 일은 아마추어에게도, 프로에게도 없다. 누구나 미스샷을 한다. 문제는 미스샷 후 어떻게 감정을 다스리느냐가 중요하다.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필드에서 현명하게 감정 조절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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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헛스윙, 화나는 토핑, 열 받는 뒤땅… 골프를 치다 보면 가끔 ‘돈 쓰고 시간 쓰면서 뭐하고 있는 거지?’라며 일명 현자타임이 올 때가 있다. 재미있자고 골프 치러 놀러 나왔는데 미스샷을 남발하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퍼팅 하나에 만 원이 아니라 몇억이 왔다갔다 하는 세계적인 선수들은 더할 것이다. 미스샷 후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클럽을 던지거나 부러뜨리는 행태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선수들도 있다.

감정이 골퍼의 몸을 지배한다

골프를 치다 보면 분노나 실망이라는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며, 나쁜 것이 절대 아니다. 문제는 그 감정에 끌려가느냐, 조절하느냐의 차이다. 순간적인 감정 폭발은 제어할 수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분노는 경기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빠르게 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멘털관리 능력이 핵심이다.

일단 골프를 치면서 화가 나는 상황에 처하면 우리 몸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아 화를 내게 되면 자율신경계와 면역기능에 즉각 변화가 일어난다. 뇌는 지금이 위험상황이라고 받아들이고 생존모드에 진입한다. 신경계 전문용어로는 “First brain에 걸렸다”라고 얘기한다.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반응이 앞서게 되며,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혈압이 오르고 숨이 가빠진다. 또 시야가 협소해지고 집중력이 저하되며 근육이 긴장되고 미세조정능력이 떨어진다. 한마디로 한 번 열 받으면 다음 샷을 위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도 없고, 샷에서 힘 조절 실패로 또 실수를 연발하며 악순환에 진입하는 것이다.

당신은 감정에 얼마나 머무는가?

“Stay in Present!” 골프 명언 중 가장 유명한 말을 꼽으라면 이 말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 하려는 샷에만 집중하기. 올해 17번의 도전 끝에 마스터스 우승과 함께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도 인터뷰에서, “후반부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매번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샷을 해낼 수 있도록 현재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항상 현재에 머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는 늘 스코어를 계산하고, 과거에 했던 실수들을 곱씹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실수를 받아들이고, 얼마나 빨리 그 감정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오는지가 중요하다.

감정 리셋 루틴으로 부정적인 감정 흘려보내기

그렇다면 어떻게 빨리 부정적인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감정 리셋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감정의 순간적인 호르몬 수치는 평균적으로 분비된 지 15초만에 최고조에 이르고, 2분 전후로 서서히 떨어진다. 따라서 ① 15초 동안 감정을 인정하고(아, 화가 나네), ② 결과를 받아들인 후(치다 말아서 슬라이스가 나서 어려운 데로 갔네, 어쩔 수 없지), ③ 바로 다음 행동에 대해 집중하면(그럼 저기 가서는 어떻게 치는 것이 최선일까?) 그 감정은 성공적으로 흘려보내고 리셋되는 것이다.

사실 화가 치밀어올라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면 감정을 조절하기 어렵다. 이때 감정 리셋 루틴을 특정 행동으로 만들어 놓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화나는 감정을 인지한 순간, 그 감정을 흘려보내기 위한 나만의 의식을 하나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 화가 나는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손가락을 탕 튕기거나 주먹을 쥐었다 폈다 10번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동작을 정해 놓으면,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동에 순간적으로 집중하게 돼서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다.

2-2-4-2 호흡법으로 집중력 되찾기

빨라진 심박수를 단시간에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의식적으로 호흡을 조절하는 것이다. 호흡 조절을 하다 보면 흐트러졌던 집중력도 돌아오게 된다. 호흡법으로 일명 2-2-4-2 방법을 추천한다. 2초 들이마시고, 2초 숨을 멈췄다가, 4초간 내쉬고 2초간 숨을 멈추는 것이다. 일정한 리듬에 집중한 이 호흡법은 뇌가 ‘안전한 상태’라고 느끼게 해주고, 부교감신경을 끌어올려 감정 또한 빠르게 안정된다.

골프는 인생과 같다고 한다. 고난과 역경이 있고 성공과 실패가 있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운동이다.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감정을 코스에서 똑같이 느낄 수 있다.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부담감과 긴장감을 집중하는 에너지로 사용해 전력을 다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골프를 잘 치는 방법 아닐까.

writer 김혜연(KLPGA 프로 골퍼, LPGA Class A)

사진설명

필자 김혜연은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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