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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까지… 파크골프 브랜드만 100여 개

  • 유희경
  • 기사입력:2025.06.05 14:49:30
  • 최종수정:2025-06-05 1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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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일거리에서 인기 스포츠로 급상승

엔데믹 이후 경기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골프의 인기가 시들해진 반면, 파크골프 인구와 용품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파크골프 용품 브랜드가 100여 개까지 늘어나고, 노인들의 소일거리에서 벗어나 상금까지 큰 각종 대회가 개최되는 등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열린 파크골프 팝업스토어 모습.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열린 파크골프 팝업스토어 모습.

지난해 퇴직한 60대 김 모 씨는 파크골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1주일에 서너 번 정기적으로 파크골프를 치고 있다. 퇴직 전에는 일반 골프를 쳤었는데, 퇴직 후에는 비용 부담도 있고 주변에서 파크골프를 치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호기심 삼아 함께 나갔다 즐기게 됐다. 최근 파크골프채도 장만했다. 파크골프는 이용료도 3000~1만 원 정도로 저렴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운동 삼아, 그리고 소일거리 삼아 치기 좋다는 생각에서다.

파크골프의 인기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국내 골프 인구 증가세가 주춤한 반면, 국내 파크골프 인구는 급속도로 늘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7년 1700명에 그쳤던 파크골프 회원 수는 2020년 4만5478명, 그리고 2022년 10만 명이 넘어가더니 2024년에는 18만3788명을 기록하고 있다.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전국 파크골프 인구는 30만 명 이상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 파크골프 회원 수 증가세

(자료 출처: 대한파크골프협회 / 단위: 명)
(자료 출처: 대한파크골프협회 / 단위: 명)

일반 골프에서 파크골프로 넘어가는 인구도 늘어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된 파크골프는 나무로 만든 채 하나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한국에서는 2003년 서울 여의도에 파크골프장이 개장되고, 2008년 (사)한국파크골프협회가 설립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파크골프는 노인 인구 증가세와 맞물려 가속화되는 추세다. 2018년부터 파크골프 용품을 유통·판매하고 있는 아베골프의 김선경 실장은 “일본은 전체 인구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후 파크골프 인구가 350만 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한국은 노인 인구가 19%로 973만 명을 차지하며, 2025년에는 20%의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크골프 인구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이며,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추세는 향후 3~5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파크골프는 특별히 레슨을 받거나 배우지 않아도 쉽게 칠 수 있고, 코스와 경기 시간이 비교적 짧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예전에는 골프를 안 치던 사람들이 주로 시작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일반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파크골프를 함께 즐기거나 아예 옮겨가는 인구도 적지 않다.

김 실장은 “예전에는 지방에 계신 70~80대 분들이 소일거리로 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령대도 낮아져 50대 중후반에 일반 골프를 치던 사람들이 파크골프도 입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경기불황의 영향 때문인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대비 2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크골프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지자체마다 파크골프장을 적극적으로 조성 중이다. 대한파크골프협회가 공개한 전국 파크골프장 현황을 보면, 2019년 전국 226곳이던 파크골프장은 지난해 말 기준 411곳까지 늘었다. 파크골프장 공급이 늘었어도 급격히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인기 있는 곳들은 여전히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울은 파크골프장이 13곳밖에 안 돼 경쟁이 더 치열하다.

파크골프도 일반 골프처럼 더위와 한파, 우천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도 인기를 끈다. 스크린 파크골프장 역시 대기가 많아 마실, 파크야, GTR 등 파크골프 전용 시뮬레이터 업체들은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자체들 차원에서도 사회복지시설을 활용해 스크린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는 추세다.

화천 산천어 파크골프장
화천 산천어 파크골프장

브랜드만 100여 개, 용품 시장도 급성장 중

파크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용품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 특수 시절 골프웨어 브랜드가 자고 일어나면 새로 생긴다고 했던 것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파크골프 브랜드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 현재 파크골프채 브랜드는 100개가 넘고, 지난해 파크골프 용품시장 규모는 약 3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제품은 크게 일본 수입과 국산 브랜드로 나뉜다. 일본 수입과 국산 브랜드 비율은 4:6 정도이고 2020년 코로나19 이후 40여 개 이상의 국산 브랜드가 생겨났다. 일반 골프가 미국과 일본 브랜드의 인기가 압도적인 반면, 파크골프채는 국내 브랜드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수입 브랜드 중에는 혼마골프, 미즈노, 니탁스 등이 인기가 높고 국내 브랜드는 피닉스, 기가골프, 데이비드, 브라마골프가 대표적이다.

가격은 헤드 부분이 나무로 제작돼 저렴한 편이지만 일반 골프채처럼 초급자, 중급자, 상급자용이 존재한다. 초급자는 30만~60만 원대, 중급자는 60만~150만 원대, 상급자 프리미엄 모델은 150만~200만 원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좀 더 저렴하게는 20만 원대도 있다. 일본 하타치에서 출시한 클럽·가방·볼 세트는 25만 원으로 쿠팡에서 1000세트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최근 고가 프리미엄 클럽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혼마 5스타, 4스타 리미티드 모델은 희소성이 높아서 출시 후 6개월도 안 돼 완판됐다. 올해 출시한 5스타 ‘골드 클래식’ 한정판 역시 최고급 퍼시몬 헤드에 자개를 장식하고 옻칠로 마감하는 등 장인정신을 담아 초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혼마골프 관계자는 “5스타 골프 클래식이 출시되자마자 반응이 좋았다. 대리점마다 추가 물량 요청이 많아 현재 일본 본사에 제품 발주를 추가했다. 5스타의 수입 물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4스타, 3스타의 매출도 덩달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즈노는 30만 원대부터 180만 원대 프리미엄 클럽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으며, 자체 파크골프 클럽 소비자 선호조사 결과 ‘가격 대비 품질 부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한 파크골프 전용 3피스 볼과 함께 가방, 파우치 등 액세서리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국산 브랜드 중에는 피닉스의 인기가 가장 높다. 피닉스는 빠른 AS 대응 및 프로와 대회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면서 2020년부터 급성장했다. 지난해 클럽뿐 아니라 볼과 케이스, 대회 지원을 합쳐 매출 200억 원을 기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클럽 1개당 39만 원부터 240만 원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고, 특히 150만 원대 클럽의 인기가 높다.

혼마골프
혼마골프
기가골프
기가골프

총상금 2억 원, 우승 상금 5000만 원 대회도 등장

최근에는 소일거리 스포츠로 생각되던 파크골프가 프로 골프대회를 방불케 하는 정식 스포츠로 진화 중이다. 지자체마다 각종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트로피와 메달 정도였던 것에서 상금이 붙고, 액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상금 규모가 1000만 원을 넘긴 대회가 없었지만 2023년부터는 1억 원을 넘기기 시작해 올해는 총상금 2억 원 대회도 등장했다. 올해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열린 제1회 브라마배 전국 파크골프대회 총상금은 약 2억 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 남녀 1위 선수는 각각 10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강원 화천군에서 열린 2025 시즌 오픈 전국파크골프 대회 1위 팀 상금도 1000만 원이었다. 대회 총상금이 늘면서 준우승 상금도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하는 대회가 적지 않고, 10위 입상자까지도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

이렇게 상금이 올라가자, 한 해 우승 상금으로만 약 7000만 원을 벌어들인 선수도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상금으로 재테크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일부 프로 골퍼들이 파크골프로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파크골프가 새로운 레저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크골프 지도자, 심판, 강사 등이 배출되고 있다. 일부 시·도 협회가 입문자에게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면서 초보 동호인들을 가르치는 파크골프 지도자가 새로운 유망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급 지도자는 2022년 1만4668명에서 2024년 2만3990명으로 늘었고, 한 단계 위인 1급 지도자는 4123명에서 4444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파크골프학과를 개설한 대학도 있다. 대구에 위치한 영진 전문대학교에서 2022년 국내 최초로 파크골프경영과를 개설했다. 파크골프의 인기로 관련 산업과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첫해 입학생이 32명이었지만 현재는 200명에 육박할 정도다.

파크골프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파크골프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대회 상금액까지 늘어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파크골프 대중화도 가속화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미즈노
미즈노
피닉스
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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