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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 문도엽 “21위에서 1위로” 남서울에서 벌어진 하루의 기적

  • 노현주
  • 기사입력:2025.06.04 18:10:17
  • 최종수정:2025-06-04 18: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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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도엽이 2025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남자골프의 중심에 섰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몰아친 그는 최종일에만 순위를 20계단 끌어올리며, 남서울CC 정상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 기적 같은 하루를 만든 문도엽의 이야기와 그 여정을 함께한 팀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선수 문도엽’의 진면목을 조명한다.

문도엽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 매일경제DB)
문도엽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사진 : 매일경제DB)

지난 5월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7054야드)에서 열린 제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문도엽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보기 없이,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8개의 버디를 몰아쳤다. 그리고 8언더파 63타,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공동 21위에서 무려 20계단을 끌어올리는 극적인 역전 드라마였다.

이번 우승은 2022년 DGB금융그룹오픈 이후 2년 8개월 만의 승리이자 결혼 이후 거둔 첫 타이틀로 더욱 값지다. 특히 대회 최고 난이도인 16번 홀(12m 버디 퍼트)과 18번 홀(핀 2m 옆 두 번째 샷)을 모두 버디로 마무리 하며 우승의 결정적 흐름을 완성했다. 챔피언조보다 1시간 30분 먼저 경기를 마쳤지만, 그를 넘은 이는 없었다. 이로써 그는 KPGA투어 5년,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을 확보하며 향후 커리어에도 안정성을 더했다.

티샷하는 문도엽 (사진 : 매일경제DB)
티샷하는 문도엽 (사진 : 매일경제DB)

“남서울엔 추억이 많다”… 꿈을 꾸던 곳에서 이룬 우승

문도엽의 골프 인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아카데미 입단 이후였다. 그는 “당시 형들과 선배들이 시합 나가는 걸 보며 선수의 꿈을 키웠다”라며 매경오픈을 갤러리로 관람했던 중학생 시절을 회상했다.

또 “수도권 시합이고, 권위 있는 메이저 대회여서 남서울 컨트리클럽에 자주 왔었다. 중2~3 때는 남서울에서 연습생 생활도 했다. 나인홀 돌고, 백 메고, 연습장에서 연습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그가 꿈을 꾸던 바로 그 무대에서 이룬 성과였다.

남서울 컨트리클럽에서 연습을 하던 어린 시절의 문도엽에게 하고 싶은 말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 당시에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예쁜 스윙을 만들려 했지만, 애들처럼 공을 더 세게 치고 과감하게 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공을 더 까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내의 말이 현실로”… 긍정의 힘으로 버텨낸 시간

문도엽은 KPGA 통산 4승에 이르기까지 슬럼프도 수없이 겪었다. 그는 “슬럼프는 늘 있다. 답은 없지만, 골프를 좋아했고, 과정이라 생각하며 버텼다”라고 털어놨다.

과거에는 멘털 훈련을 받기도 했으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요즘은 멘털 관리에 있어 아내와의 대화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한다.

1살 연하인 아내는 문도엽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질 때마다 시선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그는 “아내가 ‘어차피 언젠가는 잘될 거니까, 지금은 그 과정일 뿐’이라는 말을 자주 해줬다”라며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은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됐고, 알고 보니 뉴질랜드에서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인연이 있었다고 한다.

맞벌이 부부로 지내는 아내는 대회 기간엔 갤러리로 함께하며 늘 집밥을 준비해주는 등 세심하게 내조하고 있다. 문도엽은 “아내의 긍정과 응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승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코치·캐디·스태프… 한 팀이 만든 승리

11번 홀부터 4연속 버디를 몰아친 그는, 13번 홀의 곡선 긴 퍼트를 넣으며 ‘감’을 잡았고, 16번에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번 시즌 전 코치를 교체한 문도엽은 스윙 리듬 개선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백스윙 톱의 흔들림과 손의 개입을 줄이기 위한 훈련을 반복했고, 그 결과가 안정된 샷으로 이어졌다고. 스윙 코치는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한 후배 이재혁 프로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출신인 그는 이정환, 김비오, 송민혁 등 KPGA 1부 투어 선수는 물론 40여 명의 선수들을 코칭하고 있다.

이번 시즌 처음 합을 맞춘 캐디 이연호 역시 승리의 숨은 공신. 문도엽은 “20살에 골프를 시작해 나중에 레슨하다가 캐디가 된 친구인데, 캐디 경험은 없지만 적응이 빠르고 감각이 좋다”라고 신뢰를 드러냈다. 체력 훈련은 ‘코어앤바디’ 최은호 대표와 함께하고 있으며, 그는 “어릴 때부터 나를 지도해주신 멘토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거쳐온 모든 지도자님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앨런 코치, 안주환 코치 등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문도엽의 다음 목표는 올 시즌 ‘다승왕’과 KPGA 대상 수상이다.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시즌 내내 강한 존재감을 보여줄 계획이다.

(좌) 문도엽이 GS칼텍스 매경오픈 2023년 우승자 정찬민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우) 우승 직후 아내와 찍은 기념 컷  (사진 : 매일경제DB)
(좌) 문도엽이 GS칼텍스 매경오픈 2023년 우승자 정찬민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우) 우승 직후 아내와 찍은 기념 컷 (사진 : 매일경제DB)
사진설명

2025 GS칼텍스 매경오픈 문도엽 프로 우승 클럽 분석

● DRIVER 캘러웨이골프 엘리트 트리플다이아몬드 (9도), 후지쿠라 벤투스 블랙 6X│낮은 탄도와 강한 스핀 제어력으로 정교한 티샷을 구사하는 상급자용 세팅.

● FAIRWAY WOOD 캘러웨이골프 엘리트 트리플다이아몬드 (15도), 그라파이트디자인 투어AD GP-7 X│일관적인 탄도를 견인하면서도 롱 홀에서도 안정감을 추구한 클럽 선택.

● HYBRID 캘러웨이골프 에이팩스 UW ’24 (17도), UST 마미야 아타스 EZ 370-85 X│롱 아이언 대체용으로 강한 탄도와 컨트롤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 유틸리티 구성.

● IRON 캘러웨이골프 에이펙스 UT ’24 (20도), X-포지드 ’24 (4~9번), 다이나믹골드 투어이슈 S300│정교한 거리 조절과 타구감, 강한 바람 속에서도 안정적인 샷이 가능한 세팅.

● WEDGE 타이틀리스트 보키디자인 SM10 (46-10F, 5208F, 58-08M), 다이나믹골드 투어이슈 S300│다양한 로프트와 바운스 조합으로 정밀한 쇼트게임 운용이 가능한 설정.

● PUTTER 오디세이 Ai-원 로시 DB (더블밴드)│관용성과 정렬력을 동시에 고려한 퍼터 선택으로 퍼트 안정성 강화.

● BALL 타이틀리스트 Pro V1x│고스핀·고탄도를 견인하는 라이넝벙로 아이언 스핀 제어와 그린 플레이에 탁월.

퍼팅 라인을 신중히 살피는 문도엽  (사진 : 매일경제DB)
퍼팅 라인을 신중히 살피는 문도엽 (사진 : 매일경제DB)

▶ 동료들이 말하는 문도엽의 진짜 이야기

제42회 매경오픈 우승으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낸 문도엽 프로. 화려한 성적 이면에는 묵묵히 쌓아온 시간과 그를 지켜본 이들의 신뢰가 있었다. DB손해보험 골프단 김영제 단장과 스윙코치 이재혁 프로는 각자의 시선으로 문도엽을 ‘진심으로 골프를 대하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 승부 앞에선 강한 사람”

문도엽 프로가 2019년 DB손해보험 골프단에 입단하면서 김영제 단장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한다. 김 단장은 “첫인상이 참 좋았다. 잘생기고 딴딴하며, 성실해 보였다. 지금이랑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굳이 말하면 조금 늙었달까?”라고 너그러운 미소로 회상했다.

하지만 외모나 분위기보다 더 오랜 신뢰를 쌓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문도엽의 ‘골프에 대한 태도’였다. 김 단장은 “문도엽은 골프에 있어서 매 순간 진심이다. 그게 우리가 7년 넘게 함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도엽의 스타일을 “묵묵히 자신의 루틴에 집중하며 플레이 순간순간에 몰입도가 높은 선수”라고 표현했다. 연습량도 많지만 단지 양이 아닌 ‘집중력의 질’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차분하고 조용한 성격인데, 경기 중에는 때로 다혈질적인 모습도 보인다고. 이에 대해 “오히려 그런 감정 조절 방식이 프로에게는 필요하다고 본다. 감정을 순간순간 표현하고, 지나간 플레이는 빠르게 정리하며 다음 샷에 집중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이번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의 우승은 그런 집중력과 끈기의 결정체라고 평가했다. 김 단장은 “4라운드 전반까지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후반 4연속 버디를 하더니 마지막 18번 홀 버디로 우승을 확신했다. 깜짝 놀랐다기보단 ‘이 선수라면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팬들에게 그는 문도엽을 “잘생기고 인성 좋고, 골프까지잘하는 DB손해보험 골프단의 간판선수”라고 소개하고 싶다고. 이어 “이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모습도 기대하고 있다. 결혼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라고 따뜻한 덕담을 더했다. – DB손해보험 골프단 단장 김영제

“똑똑한 골프 바보, 이제는 해외로 나가야 할 때”

문도엽 프로를 중학생 시절부터 지켜본 스윙코치 이재혁 프로는 그를 “어릴 때부터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중학교 시절엔 농담을 주고받는 형,동생 사이였지만 2024년 시즌 후반부터 본격적인 코치와 선수로 다시 마주했다고. 당시 문도엽은 부진을 겪고 있었는데, 이재혁 프로는 훈련을 함께하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문도엽의 ‘자기 객관화’ 능력이었다. 이 프로는 “자기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게 똑똑한 선수라는 뜻”이라며 “퍼팅이 문제인지, 아이언이 문제인지, 컨디션이 어떤지를 스스로 구분하고 보완하는 능력이 있다”라고 평했다.

연습 태도 역시 모범적이라고 했다. 전지훈련 중에도 강도 높은 피트니스와 쇼트게임 연습을 성실히 수행했는데 체력도 탁월했다고. “연습을 시키면 가장 잘 따라온다. 항상 준비가 돼있는 선수”라는 말에선 코치의 신뢰가 묻어난다.

그는 문도엽이 이미 ‘우승하는 법을 아는 선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골프 선수에게 30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처럼 몸 상태가 좋을 때 아시안투어, 유러피언투어, PGA투어로 도전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문도엽을 “골프밖에 모르는 바보”라고 부르는 이재혁 프로. 그 말엔 그의 몰입과 진심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진심이 문도엽을 다시 다승자로,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윙코치 이재혁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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