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빌리어드뉴스 MK빌리어드뉴스 로고

팬 지지 잃은 국민 타자 이승엽, 국민 감독은 되지 못했다 [MK초점]

  • 김원익
  • 기사입력:2025.06.03 11:00:00
  • 최종수정:2025.06.03 11:00:00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팬들의 지지를 잃은 국민타자 이승엽은 결국 두산 베어스의 국민 감독이 되지 못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성적 부진에 따른 자진 사퇴 형식으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두산은 2일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2일 자진 사퇴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이승엽 감독의 두산 지도자 커리어는 실패로 끝맺음 됐다. 3일 경기 전 현재 두산은 올 시즌 58경기서 23승 3무 32패 승률 0.418의 성적으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5위 kt 위즈와의 경기 승차가 6.5경기 차 까지 벌어져 있는 가운데 아직 많은 경기들이 남아 있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현실적으로 가을야구 경쟁이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국민타자’라는 한국야구 역사의 가장 영예로운 이름을 갖고 있었던 이승엽 감독이다. 현역 선수 생활 동안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한국과 일본에서 승승장구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여러 차례 기적같은 활약을 펼쳐 한국 야구의 영광의 순간들을 이끌었다. 이 감독이 한국과 일본에서 각종 홈런 기록을 경신하고 국제대회서 해결사로 활약하던 당시 그 이름은 희망인 동시에 자랑이었다. 그런 이유로 ‘국민’이라는 어떤 이유에서도 과분할 수 있는 별명을 넉넉하게 가졌던 그였다.

하지만 야구 인생에 영광 밖에 없을 줄 알았던 이 감독의 지도자 도전은 결국 미완과 실패로 돌아갔다. 두산 베어스 관계자는 “세 시즌간 팀을 이끌어주신 이승엽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감독이 중도 사퇴를 결정하게 된 가장 최근의 상황은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에게 2연패를 당한 것이 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기저엔 두산 지휘봉을 잡는 기간 가을야구 등 결정적인 순간 부진했고,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 방식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팬들의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한 것이 자진 사퇴의 가장 큰 이유로 내재 하고 있었다.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감독. 사진=MK스포츠 DB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렸던 이승엽 감독. 사진=MK스포츠 DB

실제 이 감독은 2022년 10월 당시 초대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규모인 최대 규모인 총 18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5억원)에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구단의 부활을 이끌 적임자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3년에는 5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이후 4위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서 패했고, 2024년에는 4위로 시즌을 마친 이후 5위 KT 위즈에 2연패하면서 탈락했다. 역대 정규시즌 4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순위가 더 낮은 5위 팀에 패해 탈락한 것은 역대 최초의 사례였다. 결국 24시즌 PS가 탈락으로 종료된 직후에는 분노한 팬들이 잠실야구장 앞을 가득 메우고 “이승엽 나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퇴진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PS뿐만 아니라 2024시즌에는 여러 차례 두산 팬들의 사퇴 압박 여론이 일기도 했다. 두산 구단 내부에서도 이런 팬들의 요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구단 내부에서 이 감독의 인품이나 책임감 등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2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가 이어지고 그의 야구가 팬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지도자 ‘이승엽’에 대한 불신도 계속 커졌다.

특히 올 시즌 KBO리그 상위권 판도를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이끌면서 두산 팬들의 상대적인 박탈감도 더 커졌다. 최근에는 이 감독의 선수 교체나 기용 등의 각종 상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아예 불신하는 태도를 보이는 여론들이 크게 일기도 했다.

결국 두산의 지난 2년간의 실패 책임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와신상담하고 올 시즌 끝까지 완주해 가을야구 이상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이 감독도 당장의 성공도 없는 상황에 팬들의 지지도 없이 그 결심을 끝내 지켜낼 수는 없었다.

국민타자 또한 결국 국민감독이 되지 못했던 것, 결국엔 그것이 영광의 야구 인생을 보냈던 이 감독에게 가장 크고 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됐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