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흰색 홈 유니폼을 보니 낯설었다. (울산시가) 우리에게 도움을 줬는데 해야 할 도리는 해야 한다.”
임시 홈구장에 입성한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이 많은 배려를 해준 울산시에 대해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호준 감독이 이끄는 NC는 16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홍원기 감독의 키움 히어로즈와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홈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후 4시경 들어 꾸준히 내리던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고, 결국 우천 순연이 결정됐다. 해당 경기는 17일 더블헤더로 편성된다.


이번 일전은 또한 NC의 임시 홈구장 첫 번째 경기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구조물이 추락해 한 야구 팬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뒤 NC는 안전점검으로 사실상 원정 일정만을 소화했다.
이후 NC는 창원시, 창원시설공단과 합동대책반을 꾸려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지만, 창원시의 늑장 대응에 기약없는 떠돌이 생활을 보내야 했다. 여기에 2일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참석한 안전조치 이행 점검 회의에서 창원NC파크의 구체적인 재개장 일정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NC는 임시 홈구장을 물색했고, 당분간 롯데 자이언츠 제2의 홈구장이었던 울산 문수야구장에 둥지를 틀게됐다.
16일 경기가 우천 취소 되기 전 만난 이호준 감독은 “(신경 써 주신 많은 분들께) 고맙다. 우리 제2의 홈 구장도 아닌데, 쓸 수 있게 해줬다. 감독실 라커 문을 열었을 때도 준비를 잘 해두셨더라. 아주 감사하다. 선수들도 그동안 못 했던 본인들의 루틴들, 훈련들을 할 수 있게 돼 너무 다행이다. 이동 거리도 좀 줄어들어 피로감이 줄어들 것 같다. 긍정적인 부분들이 생겨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라커에 (하얀색) 홈 유니폼이 걸려 있더라. 흰색 홈 유니폼을 보니 낯설었다. 우리가 그만큼 오래 나가 있었다. 사실 희망 고문 안 하려고 선수들에게 ‘언제 돌아간다 생각하지 말고 우리 야구만 하자’ 했다. 자꾸 언제쯤 간다, 언제쯤 간다 했다가 안 되니 선수단 실망이 매우 컸다”며 “한 번씩 나갈 때 15일 치 짐을 싸가지고 나가야 했다. 빨래방도 가서 양말, 속옷, 사복을 빨래해 오는 선수, 코치들이 많았다. (울산 문수야구장에 오니) (해외) 2차 전지훈련 와 홈(으로 사용하는) 구장에 온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마음 속으로는 기대 안 했지만, 그래도 홈에서 빨리 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 굉장히 기분이 좋다. 일찍 나와 연습하고 안에서 푹 쉴 수 있다. 선수들이 치료 하면서 자기 루틴 대로 시간 되면 경기 딱 준비할 수 여건이 됐다”며 “원정에 있으면 호텔에 너무 지겹게 있다 나온다. 거의 오후 3시 40분에 출발해야 한다. 그 전까지 계속 방에 있어야 했다. 아침 식사하고 사우나 하는 루틴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경기장에 나가야 되는데 다시 침대에 누워야 될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NC가 울산에 머무를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울산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NC 역시 창원시가 창원NC파크 재개장을 위한 시설물 정비를 5월 18일까지 완료했다고 발표하자 “대처 방안 발표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구단은 예정대로 16일부터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창원시가 발표한 일정은 확정된 것이 아닌 정비 완료 목표 시점으로, 구단은 실제 구장 점검 등 완료 여부를 확인하고,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계획을 결정할 예정이다. 임시 홈경기를 지원해주신 울산시에 대한 도리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령탑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이 감독은 “사실 롯데 제2의 홈 구장이기 때문에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는데, 아주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여러가지 시설도 신경 써주시겠다 하셨다. 기사 통해서 봤는데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단에서도 울산시에 대한 의리를 절대 저버리지 않겠다는 기사 봤을 때 기분이 좋았다. 우리에게 도움을 줬는데 해야 할 도리는 해야 한다. 구단의 문제인데, 플레이하는 선수들, 코칭스태프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 고마움을 배신으로 갚을 수는 없다. 구단이 그런 부분들을 잘 결정할 것”이라며 “(창원NC파크) 야구장 주변 상인 분들 생각하니 마음도 아팠다.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NC는 이날 외국인 타자 맷 데이비슨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신 우투우타 내야 자원 한재환이 콜업됐다. 데이비슨은 지난 11일 잠실 두산 베어스 더블헤더 1차전에서 햄스트링 근경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된 바 있다.
이호준 감독은 “(데이비슨이) 타격은 가능한데, 2루를 가는 것이 힘들다 했다. 본인 타격이 가능하다 했고, 움직임이 나쁘지 않아 (13~15일) SSG 3연전 때 지켜봤는데, 호전이 안 됐다. 우리 팀에 조금 환자들이 있다. 엔트리에 여유가 없다. 한 번 빼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해 한재환을 올렸다”며 “C팀(NC 2군)에서 추천을 했다. 17일 더블헤더 들어가게 되면(인터뷰 후 우천 순연 결정) 외야 자원 중 첫 번째로 추천을 받았던 (김)범준이가 올라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NC는 17일 더블헤더 1차전 선발투수로 좌완 로건 앨런(2승 5패 평균자책점 3.78)을 출격시킨다. 이에 맞서 키움은 우완 김선기(4패 평균자책점 6.58)를 예고했다.

[울산=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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