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1루 베이스를 많이 밟고 싶다. 그것을 달성한다면 나중에 목표가 더 커지지 않을까.”
어느덧 NC 다이노스의 핵심 멤버로 자리잡았다. 그 배경에는 절박함이 있다. 한석현의 이야기다.
대천중, 경남고 출신 한석현은 2014년 2차 5라운드 전체 48번으로 LG 트윈스에 지명된 뒤 2023시즌부터 NC에서 활약 중인 좌투좌타 외야수다.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평가받았지만, 냉정히 지난해까지는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통산 98경기에 나섰으나, 타율 0.297 6타점 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588을 써내는데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12일 기준 시즌 성적은 15경기 출전에 타율 0.283(46타수 13안타) 1홈런 12타점 1도루. 서서히 NC의 핵심 자원으로 발돋움 하는 모양새다.
사령탑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11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가 진행된 잠실야구장에서 만난 이호준 NC 감독은 “(한석현이) 요새 행복하다더라. 1군에서 이렇게 게임을 나간 적이 없는데 매일 행복해 매 타석 집중된다 했다. 이 시간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 하더라. 사실 한석현이 대타 1번이 될 수는 없지만, 어제(10일 잠실 두산전에서 4-5로 뒤지던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먼저 냈던 것도 (한석현의) 집중력이나 능력이면 출루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2루타를 치더라. 더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한석현은 “(1군에서 활약하는 순간을) 맨날 상상했다.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그냥 한 경기씩 계속 한다 생각한다. 한 경기, 매 순간에 집중한다. 못할 수 있지만, 잘하는 날도 있을 것”이라며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신다. 작년, 재작년에 비해 좀 더 제가 차분해졌다 하시더라. 그런 모습을 좋아하신다. 저도 듣고 이해가 됐다. 더 차분해지려 하고 있다”고 배시시 웃었다.
이어 “올해는 침착하게 하기 위해 준비했다. 2군에 있을 때부터 야구장에서 에너지를 발휘하는 것은 맞지만, 외적으로 좀 더 차분하게 하자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타석에서의 목적도 타격보다는 출루에 중점을 뒀다고. 한석현은 “(벗어나는 공은) 치려고 안 한다. 주자 있을 때 제가 쳐야 점수가 나는 것이 아니다. 볼넷을 골라 나가도 주자가 들어오면 점수가 나는 것이다. 치려고 덤벼들지 않고, 공을 더 보려 한다”며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보니 더 차분해 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컨택트 능력 향상에도 힘쓴 한석현이다. 그는 “비시즌 때 배트 중심에 맞추는 훈련을 했다. 겨울에 (권)희동이 형이 같이 연습할 때 올해는 중심에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겠냐 하셨다. 저 같은 선수들은 배트 중심에 잘 맞춰야 결과가 나온다 생각했다. 그래서 2군 스프링캠프 부터 정확히 맞추는 것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복하다. 자기 전에 매일 사람들이 다 꿈꾼다. 그 시간 나는 1군에서 활약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상상했다. 그게 현실이 되고 있다. 행복하다. 1군에서 몇 경기 안 했지만, 이 생활이 너무 즐겁다. 행복하면 마음에서 좋은 기운이 나온다. 잘 뛰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NC 베테랑 선수들의 조언도 한석현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형들이 다 잘 챙겨준다. (권)희동이 형, (박)건우 형, (박)민우 형, (박)세혁이 형, (손)아섭이 형들은 다 국내에서 타격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들이다. 형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이 차도 크지 않아 더 가깝게 지낼 수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한석현은 “한 경기,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잘할 수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최대한 1루 베이스를 많이 밟고 싶다. 그것을 달성한다면 나중에 목표가 더 커지지 않을까”라고 두 눈을 반짝였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