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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신임 회장 험난한 여정 예상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난관 많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취임 김택규 전회장, 선거 불복 소송 제기 대표선수들은 ‘용품 후원금은 내 몫’ 후원금 삭감 시 재정 악화 우려 커져

  • 이종세
  • 기사입력:2025.04.28 09:35:00
  • 최종수정:2025-04-28 09: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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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관 많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취임
김택규 전회장, 선거 불복 소송 제기
대표선수들은 ‘용품 후원금은 내 몫’
후원금 삭감 시 재정 악화 우려 커져

지난 21일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에 취임한 김동문(50) 회장의 앞날이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전임 김택규(60) 회장이 선거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는가 하면 안세영(23·삼성생명) 등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이 신발, 라켓 등 용품 사용과 관련해 선수들의 권익을 주장, 협회에 대한 용품사의 후원금 삭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협회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23일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효표 154표 가운데 64표를 얻어 31대 회장이었던 김택규 후보(43표), 한국 실업 배드민턴 연맹 회장 전경훈 후보(51·39표), 전 대구 배드민턴협회 회장 최승탁 후보(60·8표)를 제치고 회장에 당선됐다.

김동문 회장이 4월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김동문 회장이 4월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김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혼합복식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딴 데 이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도 우승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2004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그는 캐나다 유학 생활을 거쳐 2012년부터 모교인 원광대에서 교수로서 후배 양성에 전념하다 이번 선거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수장에 피선됐다.

하지만 연임에 실패한 김택규 전 회장은 지난 2월 13일 서울동부지법에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상대로 당선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또 김동문 신임 회장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 소송이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이 귀국 회견에서 협회 행정의 부당함 등을 폭로해 논란은 빚은 장본인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유승민(43) 후보에게 패배하자 깨끗이 승복하고 체육계를 떠난 이기흥(70) 전 대한체육회장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세영 ‘작심 발언’ 일파만파…협회는 전전긍긍

김동문 회장은 취임식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신발, 라켓, 보호대 등 대표선수들의 개인용품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대표선수들의 개인용품 사용은 한국 배드민턴계의 핵심 쟁점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그동안 후원사인 일본의 요넥스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대표선수들이 요넥스의 신발, 라켓 등 용품을 사용하도록 했는데 작년 8월 안세영의 ‘작심 발언’으로 문제가 제기되자 김 회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안세영의 작심 발언 요지는 선수가 받아야 할 후원사의 후원금을 협회가 챙기는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었다. 안세영의 발언에 유인촌 장관 등 문체부 관계자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후원사인 요넥스가 선수들에게 후원금을 지급하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지급할 후원금의 대폭 삭감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협회는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요넥스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매년 40억 원으로 추정되는 후원금(10억 원어치 용품은 별도)을 내왔는데 이 금액을 10억 원 이하로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신인 발굴, 선수 훈련, 배드민턴 인구 저변 확대 등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데 김동문 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주목거리다.

배드민턴계에서는 협회에 대한 요넥스의 후원금이 대폭 삭감되면 대만의 빅터, 중국의 리닝 등 여타 배드민턴 용품사와의 협상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들 배드민턴 용품사는 300만에 달하는 한국 배드민턴 동호인들을 상대로 치열한 판촉 경쟁을 벌여 오고 있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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