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염종석’일까?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29)이 리그 단독 다승 선두로 올라섰다. 진정한 위대한 안경 에이스의 재림일까. 커리어 하이급 출발 활약이 미쳤다.
롯데의 박세웅은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프로야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6이닝 4피안타 5사사구 9탈삼진 3실점 역투를 펼쳐 5-3 승리를 견인하며 한화 이글스의 파죽의 9연승을 막았다.

동시에 이날 박세웅은 류현진이 나선 한화를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시즌 5승(1패)째를 수확, KBO리그 다승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시즌 14승 1무 12패를 기록한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리그 공동 3위가 됐다.
종전까지 8연승 행진의 파죽지세의 한화, 그것도 한국 역대 최고의 좌완투수이자 베테랑인 류현진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타선의 집중력과 함께 에이스 박세웅의 존재감이 빛났다. 박세웅은 이날 4안타를 맞고 4개의 볼넷과 1개의 사구를 허용하는 등 2회에만 3실점을 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실점 없이 6회까지 마운드를 지켜냈고, 롯데 타선이 6회 말 경기를 역전시킬 수 있는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에이스의 책임감과 이닝 소화 능력,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박세웅은 올 시즌 출전한 6경기 가운데 개막전이었던 3월 23일 LG전(5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5경기서 모두 6이닝 이상씩을 책임지고 있다.
경기 초반만 해도 박세웅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1회 2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삼자범퇴로 처리한 이후 2회 연이어 출루를 허용한 끝에 실점하고 말았다. 2회 초 이닝 선두타자 노시환에게 안타를 맞은 이후 채은성과 이진영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다. 임종찬을 삼진, 최재훈을 인필드 플라이아웃으로 잡아내고 위기를 탈출하는듯 했다.

하지만 박세웅은 후속 타자 심우준에게 3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허용하고 첫 실점을 했다. 이어 안치홍에게도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면서 3실점째를 했다. 후속 타석에서 안치홍이 2루 도루까지 성공하면서 다시 득점권에 주자를 보낸 상황. 하지만 박세웅은 한화의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을 7구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추가 실점을 막았다.
여기까진 지난해 많은 삼진을 잡고 위력적인 투구를 하다가 위기 때 한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지난해 모습을 반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3회부터는 올 시즌 개막전 이후로 보여주고 있는 안정적인 에이스 활약을 이어갔다.
3회에도 박세웅은 이닝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은데 이어 보크로 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노시환을 땅볼로 처리한 이후 주자가 폭투로 3루에 진루했지만 채은성을 삼진, 이진영을 뜬공으로 각각 처리했다.
박세웅은 4회에도 이닝 선두타자 볼넷 허용과 폭투로 또 한 번 득점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하지 않았다.박세웅은 이어진 5회에도 볼넷, 사구, 도루 허용 등을 무실점으로 버텨냈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계속된 에이스의 역투에 롯데 타선도 화답했다. 4회 윤동희의 솔로 아치를 1점을 따라붙었다. 후속 타선이 병살타 등으로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다음번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6회 말 황성빈과 윤동희의 연속 안타를 시작으로 희생번트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더 진루시켰다. 이어 나승엽의 2타점 적시타와 전준우의 땅볼로 마침내 4-3으로 경기를 역전시켰다.
박세웅이 6회를 끝으로 마운드에 내려간 이후 롯데 타선은 8회 1점을 더 내고 구원진이 2점 차 리드를 잘 지켜내면서 기분 좋은 홈경기 승리를 거뒀다. 시즌 초반 위기를 떨쳐내고 확실히 탄력을 받은 롯데 투타의 힘과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무엇보다 박세웅의 리그 에이스급 활약이 가장 반가울 롯데다.
2023년까지 최근 리그에서 활약한 토종 투수들 가운데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꾸준히 좋은 활약했던 박세웅은 지난해 유독 부진했다. 2024시즌 30경기에 등판한 박세웅은 173.1이닝을 책임지면서 6승 11패 평균자책 4.78의 성적에 그쳤다. 타고투저의 해였음을 고려하더라도 리그 평균자책 순위가 2023년 리그 10위에서 리그 14위로 떨어진 결과였다.
거기다 박세웅이 시범경기마저 3경기 1패 평균자책 5.40이란 평범한 성적으로 마치자 기자와 같은 비관론자들은 ‘24년 부진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며 잔뜩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개막전서도 박세웅이 결국 LG를 넘지 못하고 무려 3개의 홈런을 허용하면서 5이닝 8피안타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자 ‘한계론’까지 섣부르게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후 박세웅은 이런 이들의 한심했던 의견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커리어 하이급 시즌을 만들 기세다. 6경기서 5승으로 단독 선두에 올라선 것은 물론 평균자책도 2.87로 준수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또한 리그 3위, 토종 투수 가운데선 1위에 해당하는 37.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51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독보적인 페이스였던 1위 폰세(한화, 56개)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모습이다.
2023년 박세웅은 리그 6위에 해당하는 7.59의 9이닝 당 탈삼진율을 기록하며 탈삼진 머신의 위용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 숫자가 6.44개로 상당히 줄었다. 올해는 9이닝 당 12.19개의 탈삼진율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다.
2014 KT 1차로 프로에 지명된 이후 롯데로 팀을 옮긴 이후 박세웅은 과거 자이언츠의 최동원-염종석으로 이어지는 위대한 ‘안경 에이스’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실제 박세웅은 염종석 이후 가장 뛰어난 롯데의 우완투수로 자리 잡아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박세웅의 지난해 부진으로 그 기대가 상당히 꺾였던 게 사실. 많은 홈런과 볼넷 허용, 줄어든 탈삼진 숫자 등으로 위력적이고 강력한 에이스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비록 시즌 초반이라고 할지라도 진정한 거인의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박세웅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커리어에서 단 3시즌밖에 없었던 두 자릿수 승수 등극은 무난한 전망이다. 그리고 단 한 차례도 KBO리그 TOP10 이내로 들지 못했던 탈삼진 부문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는 흐름이다.
1992년 금테 안경을 끼고 등장해 35경기서 17승 9패 6세이브 13완투(2완봉) 평균자책 2.33이란 위대한 시즌을 만들었던 염종석도 다승 1위는 오르지 못했다(1992년 다승 3위). 하지만 그는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며 롯데의 위대한 레전드가 됐다.
2025년은 박세웅이 드디어 진정으로 위대한 안경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한해가 될까. 많은 롯데 팬들의 심장이 뛰고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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