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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선수 21개월만에 전국대회 3위 찍은 건축자재업체 대표 이형래 “첫 입상 기쁘고 얼떨떨”

19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4강서 이범열에 패해 공동3위

  • 황국성
  • 기사입력:2024.11.19 08:24:38
  • 최종수정:2024-11-19 15: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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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막을 내린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2024전국당구대회’ 남자3쿠션에서 공동3위에 오른 이형래 선수가 시상식에서 아내 정미나 선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하는 이형래 선수는 선수등록 21개월만, 12개대회 출전만에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입상했다.
지난 17일 막을 내린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2024전국당구대회’ 남자3쿠션에서 공동3위에 오른 이형래 선수가 시상식에서 아내 정미나 선수와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건축자재업체를 운영하는 이형래 선수는 선수등록 21개월만, 12개대회 출전만에 전국대회에서 처음으로 입상했다.
19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당구대회
4강서 이범열에 패해 공동3위

“저 선수가 누구지?”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2024 전국당구대회’ 16강전이 끝난 지난 15일 밤 유독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다. ‘강호’ 최완영(광주)을 40:34(24이닝)로 꺾고 8강에 진출한 이형래였다.

얼굴에서 적지않은 나이임을 직감했지만, 그에 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대한당구연맹을 통해 파악한 정보로는 세종당구연맹 소속으로 국내랭킹 60위이라는 사실과 2022년부터 전국당구대회에 출전, 최고성적이 32강 딱 한번(2024 태백산배)이라는 게 전부였다.

세종당구연맹 소속…강(鋼)구조물업체 운영
동호인 활동하다 지난해 1월 선수 등록

거의 무명에 가까웠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가 거둔 성적은 대단했다. 256강부터 시작, 김성훈(128강) 허진우(64강, 6위) 윤도영(32강, 28위) 최완영(16강, 22위) 정역근(8강, 14위) 등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까지 진출했다. 4강전에서 대회 우승자인 이범열(7위)에게 35:50(37이닝)으로 져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범열과 4강전을 치르고 있는 이형래. 256강부터 대회를 시작한 이형래는 8강까지 6연승을 달리다 4강전에서 이범열에게 35:50으로 져 결승에는 오르지못했다.
이범열과 4강전을 치르고 있는 이형래. 256강부터 대회를 시작한 이형래는 8강까지 6연승을 달리다 4강전에서 이범열에게 35:50으로 져 결승에는 오르지못했다.

8강전과 4강전을 치른 16일에서야 그와 몇 마디를 나누며 어느 정도 신상을 파악했다.

나이는 47세이고 당구선수 외에 다른 본업이 있었다. 건축용 강(鋼)구조물을 생산하는 건축자재업체인 리치강구조와 리치건설 사장님이었다. 선수 등록한지도 2년이 채 안됐다. (정확히는 21개월) 취미 삼아 동호인으로 당구를 즐기다 아내 정미나(女 3쿠션 10위, 세종) 선수와 함께 2023년 1월 대전당구연맹에 선수등록 했고, 올해 세종당구연맹으로 둥지를 옮겼단다.

선수등록 이후에도 당구에 전념할 수 없었지만 열의만큼은 남달랐다. 지난해 3월 ‘국토정중앙배’부터 매 대회에 출석도장을 찍었고,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최소 주 4회씩 당구연습을 했다.

아내도 당구선수, 女3쿠션 10위 정미나
“입상했으니, 이제 목표는 4강이상”

이번 대회 직전까지 11개 전국대회에 출전, 최고성적이 32강 1회에 불과했다. 그러나 12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첫 입상(4강)을 하게 됐다.

4강전을 마치고 만난 이형래는 이번 대회에서 이룬 성과가 얼떨떨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대회 출전을 일종의 여가처럼 여겨왔다. 그 동안 성적을 거의 못냈는데 이렇게 덜컥 입상하니 너무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당구대회 첫 입상 메달을 들어보이는 이형래 선수.
전국당구대회 첫 입상 메달을 들어보이는 이형래 선수.

이어 “무엇보다 선수로서의 기분을 느끼고, 톱랭커들과 실력을 겨뤄보고 싶어 선수등록을 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이 목표를 이뤄 정말 뿌듯하다”고 했다.

이제 목표도 상향했다. 이형래는 “이전까지는 16강이 목표였는데, 이젠 어쩔 수 없이 4강이상으로 높여야겠다”고 말했다. 물론 본업때문에 전문선수만큼 당구에 열중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분명 당구를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됐다. 여가와 취미 개념을 넘어 시합에 더욱 열심히 임하고, 연습량도 늘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47세 사장님의 당구선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양구=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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