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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50주년 당구큐 한밭의 고집 “나무조각 700개, 5000번 손질 거쳐 명품큐 완성”

[특별인터뷰] 창사50주년 한밭 권오철 대표
72년 대전 10평 공장서 시작…반세기 동안 당구큐 한우물
패기 넘친 20대 청년서 어느덧 70대 ‘큐 장인’으로
“큐는 재료가 핵심…목재, 관리만 잘하면 천년간 살아숨쉬어”
독자공법 ‘플러스파이브’ 미국 일본 유럽 등지서도 특허
韓당구 발전 동반자…당구연맹 7년연속 공식 후원사
“당구미래가 한밭의 미래…당구발전에 이바지 하고파”

  • 김동우
  • 기사입력:2022.07.13 12:25:13
  • 최종수정:2022-07-25 11: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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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대전의 허름한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한 20대 청년 권오철은 어느덧 50년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큐 장인이 됐다.
1972년 대전의 허름한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한 20대 청년 권오철은 어느덧 50년 세월이 흘러 머리가 희끗희끗한 70대 큐 장인이 됐다.
1972년 대전의 한 허름한 공장에서 기계 하나 달랑 놓고 당구 큐를 만드는 20대 청년이 있었으니. 그는 당구큐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고, 고작 3~4년간 옆에서 보고 배운게 전부였다. 덜컥 사업을 시작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버리는 큐가 더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큐에 대해 하나둘씩 알아가며 밤낮없이 큐 만드는 일에 ‘천착’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패기넘치던 20대 청년은 70대 ‘큐의 장인’(匠人)이 됐고, 회사는 한국큐의 대명사가 됐다. 한밭의 권오철(70) 대표다.

회사는 발전을 거듭하며 지난 2010년 충남 금산군 추부농공단지로 이전했다. 수원과 구리3쿠션월드컵 공식스폰서를 맡았고, 2016년부터 7년 연속 대한당구연맹 공식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즉, 한밭은 큐업체를 넘어 한국당구 발전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대전 판암동 공장 시절 패기 넘치던 20대 후반의 권오철 대표. 시기는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사진=한밭 제공)
대전 판암동 공장 시절 패기 넘치던 20대 후반의 권오철 대표. 시기는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사진=한밭 제공)
지난 5일 경영수업 중인 아들 권혁준(42) 실장의 안내로 추부 본사에 도착하니 권 대표는 인심좋은 할아버지같은 넉넉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먼데까지 오느라 고생많았습니다”로 가볍게 시작한 권 대표와의 대화는 쉴새없이 이어졌다. 한밭은 오는 7월 16일로 창사 50주년을 맞는다. 회사 창립 50주년 특별 인터뷰인 만큼 권 대표는 지난 50년을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설명해나갔다. “목재는 관리만 잘해주면 천년도 살아있을 수 있습니다” 큐 장인답게 2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의 8할은 큐와 나무에 관한 얘기였다. ▲올해 창사 50주년이다. 감회가 새로울텐데.

=처음엔 먹고살기 위해 무작정 시작했던 일이 반세기나 이어져 이렇게 자리를 잡았으니 뿌듯하다. 어쩌면 큐 만드는 거 하나만으로 50년 세월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한밭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원로분들과 당구인들, 한밭큐를 애용해 주시는 동호인들에게 감사드린다.

창사 50주년을 맞아 수많은 당구인과 원로, 동호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권오철 대표는 “당구의 미래가 한밭의 미래”라며 당구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창사 50주년을 맞아 수많은 당구인과 원로, 동호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힌 권오철 대표는 “당구의 미래가 한밭의 미래”라며 당구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한밭 역사의 시작점이 궁금하다. =야구배트 공장을 잠시 다닌게 계기가 됐다. 그러다 1968년에 큐 만드는 분을 만나 일을 거들다 자연스레 큐 만드는 걸 배우게 됐다. 사실 그때만 해도 큐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른 여건도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4년 정도 큐를 만들다 1972년 7월 16일, 대전 판암동에 10평 남짓한 자그마한 공장을 차렸다. 거기서 기계 하나 들여놓고 큐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게 한밭의 시초다.

▲당시 큐시장은 어땠나.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70년대 초반에는 전문 큐 제조업체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당구용품을 파는 종합재료상들이 직접 큐를 만들었는데, 이마저도 거의 서울에 있었다. 당시 대전 전체를 통틀어 당구장이 29곳에 불과했고, 대형 당구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수요가 적었다.

▲그 무렵 유통되던 대부분 큐가 포켓볼 큐였다고.

=80년대 들어서며 당구를 제한하던 관련 법규가 많이 풀렸다. 그 영향으로 80년대에는 70년대에 비해 당구장이 전국적으로 약 30배 가량 늘었다. 그렇게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본에서 큐를 수입해 들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부분 포켓볼 전용 큐였다.

그때 국내 큐시장은 3쿠션 큐와 포켓볼 큐가 따로 나뉘어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큐에 대해 무지했다. 그렇게 일본서 들여온 포켓볼 큐가 3쿠션용으로 유통되다가 나중에 알고서야 3쿠션 큐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충남 금산군 추부농공단지내 한밭 본사 전경. 2010년 이곳으로 이전했다. (사진=한밭 제공)
충남 금산군 추부농공단지내 한밭 본사 전경. 2010년 이곳으로 이전했다. (사진=한밭 제공)
▲당구 큐사업만의 고충이 있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큐 수요는 당구장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당구장 개업률이 차츰 떨어지기 시작했고, 매출에도 영향이 왔다. 2010년대 들어서는 이른바 ‘개인큐붐’이 일었다. 대량생산이 용이한 당구장 큐보다 손이 더욱 많이 가는 개인큐 생산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정성을 더욱 많이 쏟아야 했다. 보다 좋은 품질의 큐를 생산하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다.

▲한밭 독자기술 ‘플러스파이브’ 공법이란.

=목재 결을 이용해 큐의 내구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큐의 중심축을 플러스(+) 모양으로 두고 나머지 네 개 면을 채우는 조각을 원래 결의 반대로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힘의 방향이 중앙으로 모여 큐가 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국제특허를 받은 기술이다.

▲목재를 관리하는 방법도 특별하다고.

=핵심은 ‘숙성’에 있다. 나무는 목재로서도 항상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큐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몇십 년이고 적절히 숙성하다 보면 진가가 드러난다. 물론 그냥 놔둔다고 숙성되는게 아니다. 나무는 주변 환경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성질이 있다. 한밭에선 당구장과 최대한 유사한 조건(온도 습도 바람 등)을 갖춘 ‘항온항습실’서 큐를 숙성시킨다.

“큐는 재료가 핵심입니다” 권오철 대표는 목재를 관리만 잘하면 천년간 살아숨신다고 강조했다.
“큐는 재료가 핵심입니다” 권오철 대표는 목재를 관리만 잘하면 천년간 살아숨신다고 강조했다.
▲한밭 큐 라인업을 소개해달라. =한밭큐는 6개 시리즈가 있다. 클럽시리즈는 주로 당구장에서 쓰이는 큐, 3C시리즈는 입문용 큐다. ‘켄타우루스’시리즈는 보급형 개인큐이며, 그다음 ‘플러스파이브’시리즈부터가 프리미엄 개인큐로 분류된다. ‘플러스파이브’시리즈 큐는 한밭의 독자기술 플러스파이브공법이 적용된다. 여기에 한밭의 최고급 모델인 ‘마에스트로’큐가 포함된다. 이 외에도 새로운 공법이 적용된 ‘다마스큐’시리즈, 한정판 모델인 리미티드시리즈가 있다.

▲50년의 역사 가운데 가장 자신하는 제품은.

=‘마에스트로’큐다. (한밭 큐 라인업중 최상위 모델) 이 큐를 제작하려면 700개의 나무조각이 필요하고, 큐 하나당 약 5000번 의 손길이 든다. 제작기간도 1년이 걸린다.

▲‘한밭큐’를 사용하는 선수도 많은데.

=PBA 선수로는 응고딘나이(베트남·SK렌터카다이렉트)를 비롯, 김기혁 홍진표 이상철 신대권이 한밭 큐를 쓴다. 또 3쿠션월드컵서 활약하는 루피 체넷(튀르키예) 황봉주 안지훈 선수도 있다.

아들 권혁준 실장과 함께 포즈를 취한 권오철 대표. 올해 42세 권 실장은 현재 경영수업 중이다. (사진=한밭 제공)
아들 권혁준 실장과 함께 포즈를 취한 권오철 대표. 올해 42세 권 실장은 현재 경영수업 중이다. (사진=한밭 제공)
▲큐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자면. =숙성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재료다. 좋은 재료만이 좋은 큐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만큼 원자재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반세기를 달려왔다. 앞으로의 목표는.

=당구의 미래가 한밭의 미래다. 선수들이 잘 자리잡고 당구장도 더욱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밭은 앞으로도 항상 준비된 자세로 기술개발에 투자하며 당구발전에 이바지하겠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한밭의 창사 50주년 기념 엠블럼.
한밭의 창사 50주년 기념 엠블럼.
[창사 50주년 한밭 연보] 1972년 주식회사 한밭 법인 설립

1987년 일본 수출

1988년 벨기에, 오스트리아, 미주지역 수출

1993년 금산군 추부면으로 본사 이전

1996년 품질보증Q마크 획득

2004년 ‘플러스파이브’공법 특허 취득

2008년 당구용 큐에 대한 중국, 유럽 특허 취득

2009~2012년 수원3쿠션월드컵 공식스폰서

2010년 금산군 추부농공단지로 본사 이전

2013~2015년 구리3쿠션월드컵 공식스폰서

2014~2015년 UMB(세계캐롬연맹)공식스폰서

2016~2022년 대한당구연맹 공식후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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