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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폭풍 통과한 美증시, 소프트웨어·엔터·금융 업종 주목"

백찬규 NH투자증권 글로벌 투자전략 연구위원
5월·7월 관세 여진 가능성
일정 부분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조적 트렌드·정책 변화 등
면밀하게 분석 유연히 대응
中은 기술 자립화 정책 따른
신기술·항셍테크 종목 부상

  • 기사입력:2025.05.18 16:06:26
  • 최종수정:2025.05.18 1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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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현황표를 들고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현황표를 들고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세 충격 이후, 시장은 어디로 가는가?

2025년 4월,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정치 리스크 앞에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10% 보편관세·고강도 상화관세를 예고하며, 자국 산업 보호와 온쇼어링(생산시설 자국 이전) 확대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관세 발표 직후 글로벌 주식시장은 급락했고, 특히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과매도 구간에 진입할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 연초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투자심리는 단기간에 급격히 냉각되었고, 글로벌 교역량 감소 우려와 정책 신뢰도의 붕괴는 투자자들을 다시 '공포 모드'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시장의 회복력이다. 4월 중순 시장이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음을 판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5월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 재정비에 나섰다. 그리고 현재, 시장은 빠르게 반등에 성공했다. 과연 이번 관세 충격 이후 시장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그 방향성을 가늠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축의 대응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2×2 전략, 정책의 수싸움이 시작되다

시장 방향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치'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과 정책을 움직이고 있다. 이에 미국과 중국 각각의 2가지 핵심 요인을 기준으로 2×2 전략 모델을 제시한다.



사진설명
미국은 트럼프의 협상 의지와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라는 두 가지 축에 따라 시장 경로가 갈릴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중국과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으나 시장은 양적긴축(QT) 종료 기대와 기준금리 인하 폭 확대를 점치고 있다. 향후 정책 완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시장은 빠르게 이를 반영해 갈 전망이다.

중국은 시 주석의 대응 전략과 정책 강도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산 항공기, 액화천연가스(LNG), 대두, 옥수수 등에 대한 구매 중단 조치를 시행 중이며, 희토류 수출 통제와 문화 교류 금지 등 비관세 대응 수단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국 산업 피해가 큰 분야는 관세 철회 또는 완화 조치를 병행하고 있어, '전면 대결'보다 '국지적 대응'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중 양국의 대응은 주식시장에 변화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급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 새로운 산업군이 부각되고 있으며, 중국은 신기술 중심의 테마가 재조명되고 있다.

▷과거를 보면 미래가 보인다: 트럼프 1기의 교훈

2018~2019년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관세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타격을 줬다. 그러나 그 이후 트럼프의 협상 전환과 연준의 금리 인하가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당시 연준은 실물 지표의 둔화, 실업률 상승, 소비 위축 등을 계기로 정책 방향을 바꿨고, S&P500은 2019년 상반기 동안 빠르게 회복세에 들어섰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감지된다. 미국 내 소비자심리지수는 하락하고 있으며, 트럼프 2기의 지지율은 1기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취임 후 첫 번째 100일(First Hundred Days·FHD) 이후 지지율은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중간선거에서의 정치적 부담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입지 약화는 트럼프에게 정책 피벗의 동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국 금융당국은 5조달러 규모의 감세 예산을 추진 중이며, 연방은행 규제 완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통과 등 다양한 부양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은 이러한 정책 카드들이 언제 어떻게 쓰일지를 주시하고 있다.

▷전략은 유연하게, 투자 포트폴리오는 똑똑하게

글로벌 투자 전략은 이제 명확한 선택과 집중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과매도 구간을 통과한 미국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 미디어·엔터, 금융 업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 시장에서는 기술 자립화 정책에 따른 신기술 및 항셍테크 관련 종목들이 부상하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지수 다변화 전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S&P500, 러셀2000뿐만 아니라 독일, 인도, 중국 등 글로벌 지수를 활용한 지역 다변화 전략이 효과적이다. 특히 국내 상장 글로벌 ETF는 환율 변동성이 큰 시기에 실용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

5월과 7월 관세 여진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일정 부분은 방어적 포트폴리오로 대응해야 한다. 과거 경기 둔화 시기에는 소프트웨어, 제약·바이오, 미디어와 같은 섹터가 꾸준히 성과를 냈다. 투자자는 정치적 이벤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구조적 트렌드와 정책 변화 가능성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해 유연한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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