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혈은 적혈구나 적혈구 성분인 혈색소(헤모글로빈)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혈색소는 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전달하는데, 이 기능이 원활하지 않으면 현기증, 피로, 숨 가쁨, 손발 저림이 나타난다.
빈혈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은 ‘철 결핍성 빈혈’이다. 철분이 부족해 적혈구 생성이 힘든 것. 이는 성장기 아이에게 발육 부진과 주의력 저하를 가져오고, 임산부라면 조기 분만과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 비타민 섭취량도 중요하다. 특히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신경계가 손상돼 몸이 균형을 잡지 못하거나 뇌 기능 저하를 일으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질환의 증상으로 빈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위궤양, 치질, 자궁근종과 내막증식증 등은 과다 출혈을 통해 빈혈을 유발한다. 골수 이상도 빈혈을 부른다. 혈액 세포가 정상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혈액 세포 생산력이 떨어지는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빈혈은 암과도 무관하지 않다. 빈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의 6% 이상에서 암을 발견한 연구가 있는데, 이 비율은 65세 이상에서 21%까지 높았고 남성이 여성보다 7.5배 많았다. 암세포가 영양분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한 혈관이 손상되어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빈혈을 방치했다가는 심장이 더 많은 혈액을 내보내려 무리하면서 협심증, 심장 비대, 울혈성 심부전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철 결핍성 빈혈은 식단으로 해결해 보자. 붉은 살코기, 생선, 쇠간, 굴, 조개, 달걀 노른자 같은 동물성 단백질은 철 흡수율이 높아 넉넉히 섭취하면 좋다. 김, 깨, 팥, 감자, 토마토, 시금치, 브로콜리, 렌틸콩에도 철분이 많다. 비타민C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은 철 흡수를 돕지만, 커피, 녹차, 맥주, 감은 흡수를 방해하므로 함께 먹지 않는다.
운동도 빈혈 치료에 도움이 된다. 심폐지구력이 향상되면 산소 전달력이 높아지기 때문. 가벼운 근력 운동이나 유산소 운동을 하되, 저강도를 유지하며 30분 이내로 짧게 하면 좋다. 만성 빈혈은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이 늦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
[글 송이령(프리랜서)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9호(25.09.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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