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갈 유인책이요? 검사들의 상처 난 자부심을 무엇으로 메우겠습니까.”
일선 청의 평검사 A는 직업적 자부심이 강하다. 그는 검찰의 수사 역량이란 형사법 전문가인 검사 한 명 한 명이 수사의 주체로서 무수한 밤을 새우며 사건 한 건 한 건을 성실히 처리해 쌓아온 결과물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곁눈질로 흉내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검사는 그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영장을 작성하고 집행하며 수사보고서를 쓰고 결론을 내린다. A검사는 “그 모든 과정이 검사로서의 자부심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 A검사가 이제는 검찰을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검찰청 폐지가 결론으로 먼저 정해지고, 제도 설계는 뒤로 밀린 상황이 통탄스럽다고 했다. 위헌성 논란에도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이 법안이 통과된 과정도 뼈아프게 다가왔다. 일부 선배의 과오가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확대되면서 성실히 일하던 동료들까지 ‘악마화’됐다. 그의 자부심에도 그렇게 금이 갔다.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이식받아야 할 중수청은 검찰 인력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관건은 일선에서 실무를 맡고 있는 약 1000명의 젊은 검사다. 이들 대부분은 중수청으로 소속을 옮길 의사가 없다. 경찰이 주류인 행정안전부에서 ‘수사관’ 직함을 달고 근무하겠다는 검사는 없다. 간부급 일부는 중수청 고위 직급을 얻고 그 경력을 변호사 영업에 활용할 수 있겠지만, 평검사들의 처지는 다르다. 문제는 중수청이 제대로 굴러가게 만들기 위한 핵심 자원은 결국 이들이라는 사실이다.
오직 국민의 이익에 기여하는 탁월한 수사기관을 만드는 것이 검찰청을 처음 만들 때의 목표였다. 중수청을 세우려는 명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탁월함의 원천은 언제나 자부심이란 사실이다. 전문성을 존중받지 못하거나 사회적 신뢰가 무너졌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자부심을 잃고 탁월함을 발휘하려는 동기도 상실한다. A검사의 상처 입은 자부심을 보상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정부와 여당은 내놓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