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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원문화원 개원 한 달… 흙바닥·잡풀만 무성, ‘국립’ 간판 무색

196억 투입해 담양에 조성, 9월 개원 불구 관리 부실 도마 곳곳 파이고 잔디 활착 실패… 관람객 “아직 공사판 같다” 담양군 “시간 필요, 관리 강화”… 눈에 띄는 개선책 없어 ‘K-가든 세계화’ 비전 흔들, 정원 수도 담양 위상에 먹구름

  • 송민섭
  • 기사입력:2025.10.01 11:34:08
  • 최종수정:2025.10.01 1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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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억 투입해 담양에 조성, 9월 개원 불구 관리 부실 도마
곳곳 파이고 잔디 활착 실패… 관람객 “아직 공사판 같다”
담양군 “시간 필요, 관리 강화”… 눈에 띄는 개선책 없어
‘K-가든 세계화’ 비전 흔들, 정원 수도 담양 위상에 먹구름
국립정원문화원. 전남도 제공.
국립정원문화원. 전남도 제공.

전남 담양에 문을 연 국립정원문화원이 정식 개원 한 달도 안 돼 관리 부실이 도마위에 올랐다. ‘K-가든’ 세계화를 기치로 세워진 국립기관이지만, 현장은 기대와 달리 황량한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

1일 찾은 국립정원문화원 입구. 안내판을 따라 들어서자 바람에 날리는 흙먼지가 신발에 잔뜩 묻어난다. 발길이 닿는 길목마다 움푹 패여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정원이라기보다 덜 다져진 공사 현장 같은 모습이다.

꽃과 초목이 어우러진 향긋한 내음 대신, 습기를 머금은 흙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다. 일부 구역은 잡풀이 어깨 높이까지 자라 전시 공간의 경계를 흐리고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은 발길을 돌려 인근 벤치로 향했고, 한 어린이는 “엄마 여기 왜 이렇게 허전해?”라며 의아해했다.

문화원을 찾은 40대 직장인은 “국립이라는 이름이 붙었길래 기대했는데, 잡풀이 무성하고 정원은 황량해 실망이 크다”며 “사진을 찍어도 배경이 휑해 인생샷은커녕 기록용으로 남기기도 아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안내도 옆에서 고개를 저으며 “담양군이 60억 원을 투자했다는데 왜 이런 상태인지 납득이 안 된다”며 “관리 대책을 되풀이하기보다 하루빨리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립정원문화원 내 정원 전시공간에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관리가 안된 모습이었다.
국립정원문화원 내 정원 전시공간에 잡초들이 무성히 자라 관리가 안된 모습이었다.

국립정원문화원은 총 196억 원(산림청 136억·담양군 60억)을 투입해 담양 금성면 7ha 부지에 들어섰다. ‘국민의 삶 속 정원문화 확산’과 ‘K-가든 세계화’를 내세우며, 미래 인재 양성·정원 표준화·국제 네트워크 구축 등을 비전으로 삼고 있다.

올해 5월 임시 개장에 이어 지난달 18일 정식 개원하며 본격 운영에 들어갔지만, 개원 초기부터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전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담양군은 “정식 개원 전 임시 운영을 거쳐 보완 공사를 진행했지만, 잔디 활착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대학생은 “정원에서 힐링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흙바닥만 보고 가는 것 같다”며 “국립시설이라면 초기에 완성도를 갖추는 게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전남도는 국립정원문화원을 앞세워 ‘K-가든’의 세계화를 추진하며 담양을 대한민국 정원문화의 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첫발부터 부실 관리가 지적되면서, 국립정원문화원이 과연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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